14일 경북 구미 구미코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107주 탄신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행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박 전 대통령 참석에 따른 의전과 행사 내용에선 적지않은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오전 11시 쯤 사회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행사장에 참여하신다. 여러분의 뜨거운 박수로 맞아달라”고 멘트하자 사람들이 ‘박근혜!’를 연호하며 맞아주었다. 행사장에 입장한 박 전 대통령은 맨 앞줄에 서 있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중간에 배치된 의자로 돌아가서 앉았다.
이 과정에서 이를 취재하는 언론과 지지자, 경찰경비, 경호 인력이 뒤엉켜서 혼잡을 빚었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된 후 올 초 자신의 자서전 행사와 지난해 10월 박정희 대통령 서거일 현충원 참석, 대구 동화사 사찰 방문 등 적지 않은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그동안 은둔만 해온 박 전 대통령이 실내서 거행된 외부 주체 행사장에 사실상 처음 얼굴을 내민 자리였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안내는 김관용 전 경북지사와 김장호 구미시장이 맡았다. 김 전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 탄신제 축하 대독 후 밖으로 나갔고, 이어 구미시장도 인사말을 한 후 행사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박 전 대통령은 구미시의장 인사말 후 입장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전직대통령이 경호법 상 예우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자도 각별히 신경써야한다고 강조하지 싶지 앉지만 행사 주최측이 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박정희 상징 새마을기도 없었고, ‘새마을 노래’는 물론 박정희 작사 작곡 ‘나의 조국’ 노래도 들리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사진 전시도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인지 지역 박정희 행사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이날 박 전 대통령 행사장에 머문 시간도 아쉬움이 남는다. 박 전 대통령이 행사 시작과 동시에 입장해서야만 했고, 행사가 마무리된 후 퇴장했어야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머문 시간이 26분이었다.
이날 행사는 박정희 탄신제다.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에 집중되어야 할 행사가 박 전 대통령이 행사 진행 중 입장과 퇴장을 함으로써 그 다음부터 행사 자체가 바람 빠진 풍선 격이 되어버렸다.
행사 주최 측도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혼잡을 예상 포토라인과 지지자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 별도의 라인을 쳐서 공지해야만 했다. 입장과 퇴장할 때 언론과 지지자, 경호요원들이 뒤엉켰다. 만약 이 과정에서 누군가 박 전 대통령을 피습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올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혼잡한 상황에서 피습당했다.
박 전 대통령 의전과 수행도 의문점이 남는다. 유영하 변호사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여의도로 간 후 이를 대신 담당하는 비서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날 언론은 김 전 지사와 구미시장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 참석 의미를 묻는 질문을 던졌다. 예전 박 전 대통령 행차 때는 유 의원에게 이 같은 질문이 집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제네시스 승용차에 혼자 탑승하고 떠났다.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할 비서가 없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날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 경북·대구 출신 국회의원도 오지 않았다. 유영하 의원도 안왔다.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하기에 최소한 지역 출신 의원이라도 참석해야 한다고는 강조하지 싶지 않다. 이날 행사는 박정희 탄신일이다. 박 전 대통령 정신계승을 강조해온 국힘당 의원들이 당연히 참석해야만 했다.
올 초 김대중 전 대통령 탄신일에는 한동훈 대표 등 지도부와 한덕수 총리 등 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런 이들이 박정희 대통령 탄신일에 일제히 불참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박정희 추모일을 주관하는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과 임원들도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이 더했다.
만에 하나 박 전 대통령 영향력이 유지됐다면 권력층 인사들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라도 달려왔을 것이다.
이같은 이유가 구미에서 개최되는 지리적 원인도 지적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구미시가 낳은 대통령이지만 이제 탄신제 행사가 구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내년 박 전 대통령 탄신 108주기 행사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고려해 볼만 하다. 전라남도 신안군 출신 김대중 전 대통령 탄신제는 신안군에서 하지 않는다. 광주와 서울에서 잇따라 개최한다. 황해도 출신 이승만 대통령도 매년 이화장에서 탄신일을 기념한다.
장충체육관은 1963년 박정희 대통령 지원하에 정식개장되었고, 여기서 8대 9대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 장충체육관이 아니더라도 박정희 탄신일 행사를 접근성이 좋은 서울의 대형행사장에서 개최해서 전 국민 단합과 축제의 한마당이 되어야 한다.
이런 행사장에 자라나는 세대들도 대거 참석하게 해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한 위대한 ‘한강의 기적’을 널리 알려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한 단계 우뚝 성장시키고 반대한민국 세력들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는 정신적 힘이 될 것이다. 이러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과 유족들이 우선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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