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클럽]올리비아 뉴튼존이 되살린 부산 광복동 음악감상실 '무아'
[JBC클럽]올리비아 뉴튼존이 되살린 부산 광복동 음악감상실 '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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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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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인환.
시인 박인환.

박인환은 일찍이 시 세월이 가면에서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이라 노래했다. 사랑했던 연인의 이름을 잊을 수 있을까. 첫사랑 여인과의 애절한 추억을 써 내린 정한의 시가 세월이 가면이다. 박인환은 이 시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1956320일 밤 9시 자택에서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먼저 간 연인 곁으로 떠났다. 그가 좋아하던 조니워커와 카멜 담배도 함께.

9일 할리우드 뮤지컬 '그리스'에 출연해 한 시대를 풍미한 왕년의 팝스타 올리비아 뉴튼존이 유방암 투병 중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청순미를 앞세운 컨츄리풍의 노래로 전 세계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올리비아 뉴튼존은 1981피지컬을 발표하면서 섹시 댄스 가수로 탈바꿈했다.

피지컬은 빌보드차트 핫 100에서 10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리비아 뉴튼존은 가수로서 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했다. 1978년 존 트라볼타와 공연한 뮤지컬 그리스에서 샌디로 출연,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존 트라볼타와 함께 부른 섬머 나잇은 지금도 불멸의 히트곡으로 남아 있다.

아마도 50~60대에서 올리비아 뉴튼존을 모른다면 희귀인으로 볼 정도다. 필자는 80년 부산 광복동 무아음악 감상실에서 올리비아 뉴튼존을 만났다. 또 해운대 우체국 옆(39,40번 버스종점)옆 명보음악다방에서도 올리비아 뉴튼존 노래를 듣곤했다. 또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을 잊은 그대에게’ ‘0시의 플랫폼에서 흘러나오는 이종환(2013년 작고)와 김광한(2015년 작고), 김기덕의 목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하략) -박인환 목마와 숙녀

이종환이 속삭이며 읊어준 목마와 숙녀 시는 지금도 여운으로 남는다. 이기주의와 물질주의 팽배로 인한 가치혼돈주의에서 나와 비아를 모르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문학과 예술도 지적 허영과 감상주의만이 판을 치고 있다. 올리비아 뉴스존은 지난 시절 추억을 더듬어주었다. 추억속의 주인공들은 모두가 공감을 형성시키는 것 같다.

70-80년대 부산 광복동에 위치한 음악 감상실 무아.
70-80년대 부산 광복동에 위치한 음악 감상실 무아.

올리비아 뉴스존 글을 본 부산에 사시는 김태림님은 무아의 추억 댓글을 달았다. 김태림님을 본적도 없지만 무아 댓글에 우리는 추억의 여행지에서 만난 착각을 일으켰다. 무아는 부산 7080들에게 전설의 음악 공간이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클래식이나 팝송, , 댄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손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오늘날처럼 개인 오디오가 보급되지 않던 시절엔 음악감상실이 유행했다. 다 같이 모여 DJ가 틀어주는 음악을 듣고, 때때로 다른 이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함께 듣기도 했다. 음악다방처럼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도 있었고, 무아처럼 극장식으로 의자를 두고 오로지 음악만 듣는 곳도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고전 음악감상실 필하모니’ ‘마술피리뿐 아니라, 팝 음악을 틀어주던 무아랩소디등등. 아마도 김태림님은 추억의 음악 감상실과 함께 청춘을 보낸 것 같다.

음악에 푹빠진 필자는 80년대 초 무아로 달려가곤했다. 해운대서 광복동은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거리다. 토요일 오후 해운대서 39번 버스를 타고 광복동 무아로 달려가곤했다. 음악감상실 입구에서 야쿠르트 혹은 콜라 값을 지불하면 그것을 받아들고 음악실로 들어갔다. ‘무아의 의자에 파묻혀 음악에 빨려 들어가던 기억이 새롭다.

부산 최고의 DJ 5~6명이 장르를 나눠 맡아 신청 음악을 틀어 주고 주말에는 장기자랑도 했던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무아는 문화 수준을 과시하느라 연인을 데리고 가던 데이트 코스였다. 280석 자리는 늘 만원이었다. 무아의 DJ 김태식은 제주MBC PD, 유문규는 부산MBC 장수 별밤지기활약했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와 김민기의 '아침 이슬' 등 금지곡을 틀어 주던 무아다. 역시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갈수록 선명해지는 법이다.

그 문화의 흐름 속에 1970년을 전후해 부산 대중문화 본산지인 광복동에 들어선 것이 '칸타빌레' '목촌' '하늘소' '수다방' '청다방' 등 음악 감상실·다방이었다. 동명극장 앞 청자다방, 동명극장 옆 종다방, 남포문고 건너편의 밀물다방, 자갈치 부산은행 건물 지하의 마차다방, 남정 맞은 편 남포극장 자리에 생긴 돌다방, 그 옆 빅보이 햄버거와 붙은 밀다방, 피닉스호텔 옆 고궁다방.

지금 비프광장 씨앗호떡 앞 홍실다방, 부산극장 옆 청다방, 길 건너 국도극장 지하의 나무그늘, 맞은 편 88다방, 그 옆 성궁다방, 동그라미다방. 남포동으로 에스콰이어 제화 골목 옆의 돌고래분식, 우체국 맞은 편 황금다방, 대각사 옆 쇼핑센터 유나백화점 스카이라운지, 그 옆 중앙탁구장 2층의 하늘소, 용두산 공원 팔각정. 비프 그 옆 별들의 고향나이트 클럽. 17세 때 성인복장을 하고 난생처음 가 본 나이트클럽이었다. 서면에 야시’, ‘송골매’ ‘백악관나이트클럽도 학창시절 유혹했던 곳이다. 옛 추억이 밀려온다. 세월이 가도, 술병에서 떨어진 별같이 추억의 이름만은 종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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