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또 몰매를 맞고 있다. 으레 대형참사가 발생하면 경찰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도 예외가 아니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앞두고 최소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0여 명이 깔려 숨지고 130여 명이 다치는 대형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이태원동 중심의 해밀톤호텔 옆에 있는 폭 3.2m, 길이 40m 정도의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 없는 핼러윈을 맞아 이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대거 이태원으로 몰린 탓이 컸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 각계각층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10만 명 이상 몰릴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경찰이 인파 안전대책을 소홀히 해서 더욱 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것이다. 언론은 ‘13만명 몰린 핼러윈 행사에 경찰 137명뿐… 보행 통제도 안해’(동아일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30일 정신병자 같은 수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평소와 달리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 거란 예상을 하고도 제대로 안전요원 배치를 못한 무능한 정부의 민낯”, “대통령 출퇴근에 투입돼 밤낮 야근까지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경찰 인력이 700명, 마약 및 성범죄 단속에 혈안 돼 투입된 경찰 200명, 모두 용산경찰서 관할 인력”, “백번 양보해도 이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라고 했다. 남 부원장 “축제를 즐기려는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퇴하라”고도 주장했다.
경찰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지만 ‘경찰의 안전대책 미흡’, ‘경찰이 윤 대통령 출퇴근에 배치’돼 안전대책을 소홀히 해서 이런 대형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타당하단 말인가. 이날 이태원에는 13만 명 이상이 모였다. 아마도 경찰 1만 명이 배치되어도 이런 참사는 막지 못했을 것이다.
참사가 일어난 곳은 큰 도로가 아닌 좁고 좁은 골목이었다. 사고 발생 장소는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경사진 골목이다 보니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이태원역에서 나와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열이 무너지거나 사람이 넘어지면 순식간에 사람들이 깔릴 것이 예상됐다. 골목길 한쪽은 호텔 벽으로 완전히 막혀 있고, 다른 한쪽은 영업을 하지 않거나 문이 닫혀 있는 가게들이어서 사람들이 피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경찰을 배치해서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시 동영상을 보면 인파에 사람들이 겹겹이 깔려 움직이지도 못했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맨 아래에 깔린 피해자를 빼내려 했으나 위에 뒤엉킨 사람들의 무게 때문에 포기하기도 했다.
사고 발생시간이 늦은 저녁이라 아마도 대부분 술을 마셨거나 또는 일부 마약 투약을 한 자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배치된 들, 지하철에서 내려서 오는 사람, 지하철로 가는 사람, 또 각각의 클럽으로 가는 사람이 순순히 통제에 따라 주었을 것으로 보는가. 만약 경찰이 통제했다면 경찰과 축제참가자들이 곳곳에서 실랑이를 벌였을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주최 측이 없는 축제였다. 주최 측이 있었다면 사고의 책임 규제가 분명해진다. 13만 명 인파가 몰려올 것이라 예상됐음에도 주최 측이 안전대책과 대비를 소홀했다는 당연한 비판이다. 이번 이태원 핼리윈 축제는 개개인 주최자다. 뭐냐면 개개인이 핼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으로 간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처럼 주최 측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는 사실상 정부 안전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행사 주최자가 따라야 하는 ‘지역 축제장 안전 관리 매뉴얼’도 만들었다. 지역 축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등이 정리돼 있다.
문제는 이번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행사 주최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에 안전 관리 계획을 내거나 재난안전법상 의무를 지켜야 할 주체도 없는 셈이다. 물론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지자체나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선을 만들고 시민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에선 도심 집회가 열렸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후 1시쯤 광화문광장 근처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 서명 국민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코리아나 호텔 인근까지 시청 방면 세종대로 5개 차로를 메웠다.
코리아나호텔 앞에서는 오후 2시쯤부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5만명 규모의 ‘공공기관 총력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오후 5시부터는 진보단체인 ‘촛불전환행동’이 청계광장 부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1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 후 삼각지역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도심이 마비됐다. 이들은 용산까지 행진도 했다. 경찰은 이 집회에 경찰기동대 4000명을 투입했다. 경찰병력이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집회에 투입된 것이다. 경찰은 ‘철인’이 아니다. 온종일 집회현장에 투입된 경찰이 휴식도 없이 다시 이태원 축제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가. 이는 도심에서 집회가 열리는 바람에 경찰 경비 상당수가 광화문과 시청 쪽으로 배치된 것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날 경찰 137명을 이태원에 배치해 안전·질서 유지를 했다. 대부분은 절도·마약 범죄 등 강력 사건 예방에 집중돼 있었다.
좌파 매체들은 왜 이런 원인을 쑥 빼버리고 마치 경찰의 안전대책 미비로 인해 대형참사가 발생했다고 책임소재를 경찰로 돌리는가. 진정 경찰이 예방하지 못해서 발생한 참사인가. 한국 사회는 이런 후진형 참사가 발생하면 늘 경찰을 희생양으로 삼고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해왔다.
핼러윈데이는 원래 종교 축제다. 10월 마지막 주일은 종교개혁 주일이면서 동시에 ‘핼러윈 데이’다. ‘모든 성인의 날’이란 기독교 축일이 아일랜드 전통 축제와 섞이면서 1000년 전부터 유럽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안전 대비에서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외래 문화를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 게 과연 정상이었을까. 남의 문화를 잘못 받아들인 것이 사고의 원인은 아닐까.
2016년 말 촛불시위를 시발로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이성을 상실해왔다. 특히 이번에 숨진 젊은이들은 20대 초반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코로나 독재 희생 세대다. 수학여행도 학교 축제도 즐기지 못한 불행한 세대다.
이날 핼러윈 축제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나 실외 마스크 착용 등이 해제되면서 축제를 만끽하려는 인파들이 모여들었다. 아마도 핼러윈 축제를 통해 억눌렸던 기분을 분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어른들의 잘못이다.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시스템을 넘겨주지 못한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 아태원 참사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그 수습과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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