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 단상]윤석열의 재발견
[JBC 단상]윤석열의 재발견
  • JBC까
  • 승인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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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의 충신과 역적, 그리고 배신자들’ 202345일 필자가 ‘JBC 시선에서 썼던 글 제목이다. 새삼 이 글을 소환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에 발탁된 장차관과 군 장성들이 보인 허접한 배신과 기회주의 모습을 보면서다.

당시 필자는 조선 태종 이방원이 했던 말을 인용, 이렇게 썼다. “10명의 신하가 있다고 치자. 그 중의 한 명은 틀림없는 충신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한 명은 반역을 꿈꾸는 역적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8명은 누구일까.”

이는 윤 대통령에게 던졌던 묵직한 물음이요, 현실을 직시토록하라는 충고였다.

필자는 나머지 8명은, 내가 강하면 충신(忠臣)이 되고, 내가 약해지면 역적(逆賊)이 된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지금 윤석열 정부에도 1명의 충신과 1명의 역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8명의 기회주의자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이를 현재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놓고 해석하면 시사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내란광풍마녀사냥이 휘몰아치고 있다.

윤 대통령에 발탁된 측근들은 한결같이 숨어버렸다. 비상계엄은 윤 대통령의 무모한 내란이었다고 공격중이다. 전부 자신이 살기 위해서다.

그래도 한 명의 충신은 곁에 있었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지금 윤 대통령 곁에 한명의 충신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방원의 이 주장은 다시 수정해야 할 판이다.

분명한 것은 계엄 선포 이후 여덟명은 기회주의자로 드러나고 있다. 한명의 역적은 틀림없이 눈으로 확인했다. 그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다. 한 대표에 대한 시각이 다양하지만 보수층은 그를 윤 대통령의 역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모반이 일어난 혼노지 앞에 서 있는 필자.
일본에서 모반이 일어난 혼노지 앞에 서 있는 필자.

적은 혼노지에 있다!’(本能寺に あり!) 15826월 일본의 역사를 또 한 번 바꾼 혼노지의 변()’- 부하 장수 아케치 미쓰히데(明智光秀)가 반란을 일으켜서 오다 노부나가(識田信長)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한 모반이다.

노부나가는 전국통일을 바로 눈앞에 두고 최측근인 아케치 미쓰히데의 배신으로 불타는 혼노지에서 자결로 생을 마감했다. 이른바 혼노지의 변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이후 '내부의 적'(배신자)을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이를 보듯이 적은 외부에는 없다. ‘내부에 있다. 로마 공화정 시대 황제가 되려 했던 카이사르(시저)가 동지이자 부하인 '부르투스'의 칼에 맞아 쓰러졌다. 이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 한마디, “부르투스, 너마저(Et tu, Brute)”였다.

아마도 윤 대통령도 12.3 계엄 사달 이후 한 대표를 향해 한동훈이 이럴수가통탄의 말을 내뱉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배신하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말할 때 인용되는 이 말 너마저를 해석하면 당신이 그럴 줄 몰랐다. 박정희 대통령은 핵심 측근 김재규의 총탄에 의해 생을 마감했다. 김재규가 그럴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지난 201612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은 결국 보수의 배신과 내부분열이었다.

예수를 팔아먹은 가룟 유다를 배신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는 예수님 12제자 중 한 명이었다. 예수에게 입을 맞춤으로써 인류 역사상 가장 사악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그는 유대교의 대제사장에게 은 30을 받고 예수를 팔아넘겼다. 수제자 베드로조차 하룻밤 첫 닭이 울기 전 살기 위해 3번이나 예수를 부인했다.

배신자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시킨다. 그러나 배신의 정당화는 애당초 없다. 배신은 순간 이익이 될지언정, 결국 배신한 당사자와 공동체원들의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배신하는 사람을 짐승 이하로 취급한다. 배신은 인간의 악행중 하나로 꼽힌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라는 것은 10명의 측근이 모두가 배신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었다. 윤 대통령은 그것을 무릅쓰고 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따지고보면 무모한 싸움이었다. 계엄을 선포하면 측근들이 모두 지지해 줄 것으로 믿었다면 순진한 윤석열이거나 정치 공작사회 판을 모르는 어리숙한 윤석열일 것이다.

필자는 202345일 썼던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위급상황이라면 장, 차관 중 누가 옹호할까. 누구 하나 순장조로 나서 죽음을 무릅쓰고 윤 대통령을 향해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자 눈을 씻어보아도 없다.”

필자는 윤 대통령이 곁에 두었던 측근들은 부림을 받은 사람들이지, 목숨을 바쳐 대통령을 옹호할 사람들은 아니다고 보았다.

이런 충고도 곁들였다. “믿음을 속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윤 대통령께서 그 8명을 끝까지 믿고 싶어 한다면, 지금 누구보다 강해져야 한다. 윤 대통령의 칼날이 무뎌지는 순간, 8명은 배신자로 돌변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여의도 기반이 사실상 제로다. 그래서 더더욱 남은 임기가 불안하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윤 대통령의 12.12 담화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진 대목은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개인적인 인기나 대통령 임기, 자리보전에 연연해온 적이 없었다. 자리보전 생각만 있었다면, 국헌 문란 세력과 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 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고 밝힌 데다. 윤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편이 아닌 기득권과 좌파세력과 타협하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했다면 그는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5년 임기 자리 지키기에만 매달려 국가와 국민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그의 말에 비장한 결기가 묻어있음을 발견했다. 그 동안 윤 대통령은 특검팀장이니 보수우파 궤멸수사에 앞장섰니 등 비판을 받아왔다. 그의 12.12 담화는 그의 과거 행적조차 묻히게 했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가 12.12 담화에서 보였듯 반대한민국 세력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기를 보면서 또 다른 윤석열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비겁함과 비굴한 기득권에 안주하는 그들의 면면을 또다시 보았다. 대통령을 역임한 박근혜나 이명박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윤석열을 외면해버렸다. 성명문 하나 낼 양심과 투지와 결기조차 없다는 게 비겁한 보수의 현주소다.

윤 대통령은 14일 국회서 탄핵이 통과될 것 같다. 현재로선 그 흐름을 바꾸기는 힘들 것 같다.

한동훈 대표에게 꼭 이 말은 남겨주며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혼노지 변을 일으킨 미쓰히데는 노부나가만 제거하면 천하가 자기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이 사건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죽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세상이 열렸다. ‘인간의 야심 위에는 인간이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멍청한 놈! 천하는 너 같은 자가 쉽게 훔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배신을 통해 천하를 갖겠다는 자들에게 던지는 노부나가의 엄중한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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