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서 최소 12표 찬성…기권 3표 무효 8표
12·3 비상계엄 사태 11일 만에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4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윤 대통령의 권한은 즉시 정지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현직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3번째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고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무효 8표, 기권 3표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 6당과 무소속 의원(우원식 국회의장, 김종민 의원) 등 192명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1차 탄핵 소추안 표결 때는 투표에 불참했지만 이날은 투표에 참여했다.
국회는 탄핵소추 의결서에서 탄핵 사유로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라는 헌법상 대통령의 계엄 발동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 통고 등의 헌법 절차를 어겼다는 것이다. 또 계엄군과 경찰을 이용해 계엄 해제 의결권을 행사하려는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무력으로 막은 것은 삼권 분립 등 국헌(國憲)을 문란하게 하려는 것으로 형법상 내란죄와 직권남용 등을 위배했다고 적시했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180일인 내년 6월 초 이전에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파면이 최종 결정된다. 현재는 국회 몫 재판관 3명이 공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석인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 절차는 이달 중 마친다는 계획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 청구를 기각하면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지만, 인용할 경우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 대선이 치러진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진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군통수권, 조약 체결·비준권 등을 행사하며 국정을 운영한다.
탄핵 심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91일이 걸렸다. 두 사람은 헌재 탄핵 심판 당시 심판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적극 소명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내년 4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것도 변수다. 여기에 지난 11월 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리스크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검찰이 내란죄 혐의로 수사 중인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자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결코 포기 않겠다. 마지막까지 국가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입장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오늘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보면서,처음 정치 참여를 선언했던 2021년 6월 29일이 떠올랐습니다.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는 무너져 있었습니다.자영업자의 절망, 청년들의 좌절이 온 나라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 뜨거운 국민적 열망을 안고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그 이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온 힘을 쏟아 일해 왔습니다.
대통령이 되어 현장의 국민을 만나보니전 정부의 소주성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부동산 영끌대출로 청년들과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었습니다.그렇지만 차분히어려운 사정을 챙겨 듣고 조금씩 문제를 풀어드렸을 때,그 무엇보다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수출이 살아나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조금씩 온기가 퍼져나가는 모습에힘이 났습니다.무너졌던 원전 생태계를 복원시켜 원전 수출까지 이뤄냈습니다.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선거에 불리할까봐
지난 정부들이 하지 못했던 4대 개혁을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해 왔습니다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추진하던 정책들이 발목을 잡혔을 때는 속이 타들어가고 밤잠을 못 이뤘습니다.
한미일 공조를 복원하고 글로벌 외교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밤낮 없이 뛰었습니다.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타이틀을 달고 세계를 누비며 성과를 거둘 때면,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우리 안보와 경제가 튼튼해지는 모습에 피곤도 잊었습니다.이제, 고되지만 행복했고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그 여정을,잠시 멈추게 됐습니다.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답답합니다.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 온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입니다.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저를 향한 질책, 격려와 성원을 모두 마음에 품고,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직자 여러분께 당부 드립니다.어렵고 힘든 시간이지만, 흔들림 없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맡은 바 소임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대통령 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서,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치권에 당부드립니다.이제 폭주와 대결의 정치에서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뀔 수 있도록정치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데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습니다.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을 위해힘을 모읍시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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