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이재명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 받을 것을 미리 예상했다. 필자의 이 같은 분석은 단순한 개인적 필이 아닌 몇 가지 구체적인 근거와 정무적 계산에 기반한 판단이었다.
항소심 판결의 핵심 쟁점은 ‘허위사실’ 공표인가 아닌가다. 1심에선 이 대표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허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단순한 거짓말이 아닌 선거인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허위사실이어야 성립 가능하다.
이 대표의 발언은 설령, ‘거짓이더라도 실질적 영향이 없었다’는 판단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다수 의견도 무죄 취지 유지될 것으로 무게를 뒀다.
검찰 항소 논리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특별히 새로운 증거나 결정적 반박 논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항소심이 ‘유죄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1심의 사실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있어야만 했다.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보다 법리 판단에 가까운 사안이었다. 검찰은 이 법리 판단에서 밀렸다.
재판부 구성과 분위기도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가 ‘좌편향’이란 지적도 나왔다. 부장판사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대구, 나머지 두 사람이 호남 출신이다. 출신과 성향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좌파 무죄, 우파 유죄’가 뉴노멀이 되어 버렸다.
이 대표 측이 사석에서 ”항소심은 무난히 갈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것은 무죄에 대한 확신이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필자가 이 대표 무죄를 확신하게 된 것은 지난 20일 이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간의 만남이었다. 보수층들은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이 대표가 만남을 원해서 이 회장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두 사람 만남을 크게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필자의 견해는 달랐다. 이 회장이 이 대표를 만난 것은 이 대표가 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이 대표가 무죄를 받으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인용’ 할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과 정보도 가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회장의 이 대표 면담은 이런 정황을 배경으로 움직인 고위급 ‘정치 신호’였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정치권과 사법 흐름에 매우 민감하게 움직인다. 지난 5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도 이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가 경제계와 연쇄 회동에 나선 것은 조기 대선을 의식한 중도층 공략의 일환이자 경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하지만 정보 10단 기업 삼성이 윤 대통령 탄핵 관련,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고, 그 중에서 이 대표가 무죄받을 것으로 감지 못했을 리 없다. 삼성의 정보력은 과거 청와대와 검찰 경찰보다 정확했고, 막강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삼성은 정치권 및 법조계와 친밀한 인사를 맺고 있다. 이같은 두 사람의 만남은 정치권력과 재계의 ‘정보 기반 접근’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괜한 오해받을 짓을 하지 마란 말이다. 그런데도 이 회장이 이 대표를 만난 것은 정치판이 바뀔 것에 대비한 예측보험에 가깝다.
이 회장의 이 대표 만남은 헌재의 윤석열 탄핵 관련 기류도 영향을 미쳤을 보았다. 물론, 현재로선 헌재 내부 기류가 윤 대통령을 인용할 갓인가, 기각인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무죄 받을 것이라 예상했던 마지막 한 가지가 보수의 난맥성 무지다. 윤 대통령 탄핵 심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도 보스층은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 극단적 상황몰이, 선동 자극 거짓 뉴스 양산, 지도자 부재, 전략과 비전 실종을 보이고 있다. 보수층은 한마디로, 국정 운영의 정당성도, 탄핵 기각 전략도, 보수 본연의 정체성도 흐릿해졌다.
보수 정치가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좌파 탓이 아니다. 한국 보수는 무능하고, 무지하며, 스스로 분열과 갈등을 선택하고 있다.
필자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해왔다. 보수우파의 전략 타깃이 항소심 재판부에 집중해서 여론을 끌어 모아야 한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광화문 집결에 혈안이 되었고, 마치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면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것이란 허튼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박근혜 탄핵의 교훈은 광화문에 보수가 100만 명 집결해도 저들은 눈 하나 깜짝 안했다. 그런데도 매주 토요일 집회 마다 100만 명 이상 집결하면 탄핵이 기각된다고 했다. 지금도 혁명 운운하며 그렇게 하고 있다.
수 백만 인원이 동원되어야 탄핵이 기각된다면 매주 1천만 명 집결하면 된다. 박근혜 탄핵을 겪었던 보수가 아직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통탄이 절로 나온다.
한 가지 희망은 끝나야 끝난 것이다. 이재명과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항소심에서 무죄 난 선거법은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 이외에도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사건은 이 대표의 아킬레스 건이다. 5개 재판, 12번의 선고 남았다. 싸움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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