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아래 글은 소설로만 읽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두고,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승복’에 가세했다. 이것은 헌재가 기각이든 인용이든 결과에 대한 헌재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의 판결에 승복은 당연하다. 그러나 야당은 불복을 거듭 밝히는 상황이다. 이 소설은 승복 선언이 후 후폭풍을 경고한 것이다.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밝았다.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 주변은 긴장감이 나돌았다.
아직 이른 새벽, 종로와 을지로 등지에는 어제저녁부터 모여든 시민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려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여드는 인원이 늘어나고, 언성도 점점 높아졌다.
기도를 하는 사람들, “기각!” vs. “인용!”을 외치는 좌우 두 집단. 갈수록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여갔다.
헌법재판소 인근 지하철역과 주유소와 공사장은 통제되고 근처 학교는 일제 휴교했다. 경찰은 헌재 반경 200m 이내를 차벽으로 둘러싸 접근이 불가능한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국회의원들도 예외가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경찰과 협의해 인근 광화문역과 경복궁역, 종로3가역, 종각역, 시청역, 대통령 관저 인근 한강진역도 역장 판단에 따라 무정차 통과시켰다.
헌재 인근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국립고궁박물관은 선고 당일 문을 닫았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하늘카페에서 마주 앉은 엄재학과 김채연, 두 남자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김채연이 입을 뗐다. “헌재 선고 앞두고 여당과 보수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승복의사를 밝혔으니 헌재가 인용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평소 직설 화법을 즐기는 김채연 설명이 이어졌다.
“봐라, 여당이 승복 선언을 했으니 헌재 부담이 줄어들 테고, 야당은 ‘기각하면 폭동에 준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경고하며 ‘불복’의사를 천명하는데 당신이 헌재 재판관이라면 어느 편에 서겠는가.”
김채연은 여권이 미리 밝힌 승복에 예감이 좋지 않다며 절래절래 머리를 흔들며 혀를 찼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엄재학은 “바로 그 ‘승복 선언’이 헌재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게 함정일 수도 있어. 보통은 집권 세력의 반발이 두려워서라도 극단적 결정을 꺼릴 텐데, 이번엔 여당이 알아서 항복 선언(?)을 한 셈이니까.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려도 최소한 여당 측 대규모 반발은 없을 거고,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쪽은 야당이다. 헌재가 이에 굴복할 가능성도 높지 않을까". 두 남자는 여당이 미리 밝힌 승복을 두고 온갖 해석과 추측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여당 ‘헌재 결정 존중’ 재확인.” 헌재 선고를 앞두고 언론은 여권의 ‘승복’을 연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정치판에서 탄핵심판은 ‘국가 운명을 가르는 사건’이라며 살얼음판을 걸었는데, 정작 집권 세력이 승복을 선언하면서 헌재의 어깨를 가볍게 만든 모양새다.
헌재 주변은 진공 상태지만 많은 사람들이 을지로 일대로 집결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헌재가 파면을 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며 불복 톤을 높이는 발언이 이어졌다.
여당은 “어떤 결론이든 승복하자”고 호소했다.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여당이 판결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이상, 헌재가 기각을 택하든 인용을 택하든 ‘폭발적 반발’ 가능성은 우파 쪽에서 확실히 낮아진 상태였다.
같은 시간 헌재 재판관 A는 한 달 가까이 골머리를 앓았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가 최고 권력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고, 다수 국민의 시선이 헌재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
그는 소장에서 제시된 탄핵 사유에 대해 “법리적으로 성립한다고 볼 근거가 약하다”는 초안 의견을 갖고 있었으나, 일부 동료 재판관들과의 합의 과정에서 점점 생각이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여당(국민의힘)이 일찌감치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천명한 점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통상 집권 세력이 이렇게 먼저 ‘우리가 수용하겠다’고 나서면, 헌재 입장에서는 기각 쪽으로 기우는 것이 편하지 않은가?”
하지만 반대로, “여당이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겠다면, 인용 결정을 내려도 큰 정치적 위기가 없을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했다.
재판관 A는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부끄러웠다. 원래대로라면 오직 법리와 증거만을 보고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어쩔 수 없이 “만약 인용이 나온다면,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대대적으로 환영하면서도, 혹시나 여당이 몰래 반발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재판관 B는 지난 정권 시절 임명된 인물이었고, 정치적 편향 논란에서 늘 자유롭지 못했다. 자신이 내리는 판결 하나하나가 “코드 판결”이라는 비난의 근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탄핵심판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법적 근거’에 몰두했다. 대통령이 정말로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렀는지, 아니면 정치적 과장이나 오해가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
그러나 그에게도 여당의 ‘승복 선언’은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집권 세력이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인용 결정을 내렸을 때 생길 역풍을 헌재가 전부 뒤집어쓸 필요는 없겠지.”
결정 선고를 앞둔 오전, 재판관 8명이 최종 문안 정리를 위해 모였다. 서류철이 빼곡히 쌓인 책상 위, 몇몇은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이었다.
“집권 여당은 이미 승복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유가 충분하다면 인용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안도감에, 또 누군가는 ‘사유가 충분하다’는 소신에 흔쾌히 동의했다.
오전 11시, 헌재 소장 권한 대행이 판결문을 낭독했다.
“본 재판부는… 대통령을 파면한다. (중략) 이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한다.”
장내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가, 곧장 야당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반면 여당 지지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광화문 종로 등 서울시내에는 “윤석열 파면 우리가 이겼다” “이재명 대통령” 구호가 터져나왔다. 곳곳에서 “드디어 정의가 살아났다!”며 서로 얼싸안았다.
우파 지지자들은 일순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다. 충격적인 결과에 눈물짓는 이도 있다. 몇몇은 “말도 안 된다”며 분노를 토하기도 한다. 헌재를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고, 일부 격앙된 사람들은 울부짖거나 눈물을 훔쳤다.
여당 대변인은 곧바로 브리핑을 열어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 국민 통합을 위해 당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야당은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로 되돌려 놓았다”며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다.
선고 직후, 서로 다른 길로 흩어진 많은 사람들도 대낮 포차를 찾았다.
어떤 이들은 실망감에 떨리는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과 격앙된 말을 주고받았다.
광화문 하늘커페서 만난 두 남자는 헌재의 선고 이후 종로5가 광장시장 포차로 향했다.
단숨에 막걸리 잔을 비운 김채연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봐, 승복 선언의 함정이란 게 이런 거야. 헌재 판결 후 얼마든지 승복 입장을 밝힐 수 있어, 야권은 불복 천명하는 데 여권이 미리 승복 선언을 할 까닭이 있나, 어이없다. 여권 스스로 파면 함정을 팠고, 그 함정에 모조리 빠져 버린거야…”
엄재학은 막걸리 잔을 탁 놓으며 “헌재가 ‘5대 3’ 선고를 해서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 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국짐당이 자초한 ‘승복’ 자진 납세가 헌재의 인용으로 끌고 간 꼴이 되고야 말았어. 국짐당 엎어버리고 정치판 확 바꾸어야 돼"목소리를 높였다.
파면 선고에 대한 허탈한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광장시장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두 남자는 끝까지 “윤 대통령을 지키자”며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인용 결정 후 우파의 열기가 곧바로 식어들었다. 우파는 그 다음 날, “누가 우파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지지고 볶고 싸우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은 야당의 공세가 그 다음날 포문을 얼었다. “파면 윤석열 즉각 구속” “김건희 특검” “이재명 재판 중단” 이것은 예고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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