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보수 집회에 "반사회적 범죄"
더불어민주당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씨 사저 앞 시위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이다. 전두환·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저 앞과 삼성전자 등 대기업 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이재현CJ그룹 회장 자택과 민노총 도심 폭력 시위에도 눈을 감고 직접 시위에 참여해온 민주당이 정권이 뒤바뀌자 뒤늦게 집시법을 손질하려 한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집회 및 시위 주최자의 준수 사항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인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훼손·모욕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악의적 표현으로 청각 등 신체나 정신에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소음을 발생해 신체적 피해를 주는 행위도 금지하도록 했다.
한 의원은 법률안 제안 배경에 대해 “최근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로 인해 해당 마을 주민들이 불면증과 환청, 식욕 부진 등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타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악성 집회를 제한하고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청래 의원도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100m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앞서 이와 비슷한 시위를 독려하고 당 인사들이 시위에 직접 참가한 적도 있다. 2017년 10월부터 4개월간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그의 구속을 촉구한 시위가 대표적이다. 이때 매일같이 열린 시위에선 “쥐XX” 등의 막말도 쏟아져 나왔다. 이 시위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이 방문해 지지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씨는 지난 2021년 9월 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를 또다시 위험에 빠트린다면 어떤 관용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일부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시점이었다. 당시 문 씨는 “공동체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반사회적 범죄를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3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약 2시간 동안 집회와 행진을 강행했다. 당초 집회 장소인 여의도를 경찰이 방역을 이유로 통제하자 종로에서 기습 집회를 연 것이다. 집회엔 주최 측 추산 8000여 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종로3가 인근에서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 씨는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선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집회 당일과 다음날인 4일에도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 정부는 감염병 대응에서도 적과 자기 편을 가르는 ‘방역 정치’로 일관해왔다.
2020년 10월 3일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 때 정부 대응은 사뭇 달랐다. 경찰은 버스 300여 대로 4㎞ 차벽을 세워 도심을 원천 봉쇄했다. 경찰 1만1000명을 동원해 30m 간격으로 검문했다. 지하철역은 아침부터 폐쇄했다. 서울 도심이 텅 빌 정도였다. 문재인은 집회를 앞두고 “반사회적 범죄”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설장은 집회 주최자를 “살인자”라고 했다. 수사 당국은 집회 공모 혐의로 주최자들을 대부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확진자 75명 때의 2020년 10월3일 집회가 “살인”이라면, 확진자 759명 상황에서 강행한 2021년 10월 민노총의 합법집회인가.
집회도 내로남불인 정권이었다. 문 씨가 민노총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노총이 정권 창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총은 2016년 말 탄핵 정국 당시 촛불집회를 이끈 핵심 세력 중 하나다.
6일 한국경제 신문보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과 총수 자택은 시위자들의 타깃장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효성 등 여러 기업이 밤낮을 가리지 않는 ‘극한 소음 시위’에 수년째 시달리고 있다. 소송을 제기하고, 경찰에 신고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 경찰도 폭력이나 방화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뒷짐만 지고 있다.
기업 총수 자택도 예외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 앞에는 55일째 삼성전자 노조의 임금 인상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도 ‘단골 시위 장소’로 꼽힌다. 1인 시위는 기본이고, 임금 협상 시기에는 시위대가 ‘떼’로 몰려든다
인근 주민은 불편을 호소하며 경찰, 구청 등에 민원을 넣지만 좀처럼 바뀌는 것은 없다. 노조나 시민단체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룹 총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 기업 차원에서도 속은 타들어가지만 마땅히 취할 조치도 별로 없다.
시민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집회·시위 행태가 빈번해진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친정부 단체의 일탈을 수시로 묵인한 데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많다.
이 신문의 분석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 시절 불법시위 사법처리 건수는 급감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491건, 512건이던 불법시위 사법처리 건수는 2018년과 2019년 173건과 204건으로 급감했다.
문 씨가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 입주한 지난달 10일부터 시위대는 밤낮으로 확성기, 스피커, 꽹과리 등을 동원해 장송곡과 애국가를 틀고, 욕설과 모욕, 협박이 뒤섞인 1인 시위와 집회를 벌였다. 이 때문에 문 씨 가족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극심한 불편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문씨가 자초한 일이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지날달 31일 사저 앞에서 연일 집회를 연 이들을 명예훼손, 살인 협박, 방화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를 두고 신평 변호사는 “이들은 바로 그가(문재인) 이끈 정부가 남긴 음울한 유산의 하나다. 그가 만들어낸 훌리건 집단의 반대쪽에서 생긴 훌리건”이라고 비난했다. 신 변호사는 “그의 쪽 훌리건들이 저지르는 난폭한 횡포는 훨씬 더 광범했다”라며 “그가 집 주위에 몰려든 훌리건을 엄청난 혐의로 고소하기 전, 이 모든 일이 자신의 판단 잘못으로 생긴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라도 이를 사과하며 국민의 통합을 호소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꼬집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사저 앞 집회를 진행 중인 보수단체를 직접 고소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문 전 대통령 인권만 중요한가?"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양념’ 타령하던 사람들이 이제 자신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발끈하며 고소·고발전을 펼치는 모습이 참 이율배반적”이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재인을 추종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서두르는 것은 문재인 1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법률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에서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그 권리 보장과 공공의 질서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현재까지 문 씨 사저 앞 시위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없었다. 그런 데도 민주당이 집회와 시위의 수위를 대폭 억누르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민노총 등 다른 곳에서 벌어진 ‘우리 편’의 과격 시위도 무대응으로 방치·조장해 왔다. 민주당은 문재인 연루 범죄 수사를 막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밀어붙였다. 이번에는 집시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문재인만 완벽하게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입법권 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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