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선고를 내렸을 때다. 이날 오전 119에 신고된 내용이다.
2017년 3월 10시, 12시 16분(통화시간 :47초)
신고자=안국역 3번 출구인데 빨리 구급차 보내주세요 사람이 엄청 많이 다쳤거든요
119근무자=환자분이 남자분이에요 여자분이에요?
신고자=남자분이고 열 분 이상 다치셨거든요
119근무자=환자분이 열 분 이상 어떻게 다치셨어요?
신고자=지금 혼절하신 분도 있고 정신을 못 차리시는 분도 있고…
이 신고는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던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에 저항하다 5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헌재의 탄핵선고에 저항했다가 경찰의 폭압적인 공권력과 응급대응 실패로 숨졌다.
고 이정남(43년생), 고 김완식(45년생), 고 김해수(50년생), 고 김주빈(45년생), 고 신원불상이다. 언론은 그날의 참사를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그날 5명이 사망했는지 모르고 있다.
7년이 흘렀다. 윤석열 정권은 물론 문재인 정권도 이를 외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이들에게 “명복을 빈다”고만 썼다. 그날의 죽음에 대해 그 어떤 진상규명 촉구도 없었다.
그날 유명을 달리하셨던 분들은 한 집안의 ‘가장’이요, 우리네 ‘친구’요 ‘이웃집’ 사람들이다. 아침밥 먹고 집에서 나온 이들은 두 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 가족들은 지금도 그날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10월 4일 경찰청과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3.10 탄핵선고 집회에 대한 구급활동 내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 10일 탄핵선고 집회 현장에서 4명의 국민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63명이 실신 등 부상으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으며 9명이 현장조치 하는 등 총 7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3월 10일 탄핵선고 집회 사망자 현황>
구분 |
시간 |
성명 |
성별/나이 |
발생장소 |
부상 등 내용 |
이송병원 (응급조치) |
사망 |
12:09 |
김○○ |
남/67 |
안국역3번 |
심정지(CPR) |
강북삼성 |
12:19 |
이○○ |
남/74 |
안국역4번출구 |
심정지(CPR) |
서울백병원 |
|
12:25 |
김○○ |
남/72 |
안국역3번출구 |
우측두개골함몰(CPR) |
서울대병원 |
|
12:35 |
김○○ |
남/50 |
안국역3번출구 |
심정지(CPR) |
서울백병원 |
특히 탄핵선고 집회에 관련해 경찰청과 소방청은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차단선과 경력운용 계획’을 세웠고, 소방청은 ‘소방안전종합대책’에서 집회장소 인근에 턱없이 부족한 구급차와 구급인력을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당일 12시 9분 신고된 응급상황에서 종로서방서 구급대는 12시 38분 환자에 도착했지만 결국 심정지로 사망하였다. 또한 12시 16분에 신고된 환자의 경우도 12시 28분에 도착했지만 공간 확보가 어려워 지상으로 이동 후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사망하였다.
탄핵선고 날 응급상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소방은 현장매뉴얼과 철저한 안전 및 응급대책을 준비하지 않았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2019년 10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현장에서 이를 묻고 따졌다.
이날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청장은 2016년 8월부터~2018.6월까지 제20대 경찰청장을 역임했었다.
“2017년 3월 10일 당시 경찰청장이셨죠.”
“그날 몇 분이 돌아가신 거 아십니까?”
“네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이날 국감장에는 소방청장도 출석했다. 조 의원은 소방청장에도 질문을 던졌다.
“6만 명 모인 자리에 왜 119 구급차가 한 대 밖에 없었는가. 안국역 3번 출구서 세 사람이 밟혀 죽었다.”
조 의원은 소방청이 제출한 119 배치도를 펼쳐 보이면서 추궁했다. 국감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했다.
이 전 청장에게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집회 참석한 사람 중 45일 후 또 한 사람이 돌아가셨다. 이름을 아는가?”
“파악하겠다.”
조 의원은 톤을 높였다. “민갑룡 차장이 있을 때 여성 한 분까지 포함 5명이 돌아가셨다. 여기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2019년 8월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김태업 부장판사는 탄핵반대 집회에서 숨진 김모 씨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으며, “국가가 31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회 시위를 관리하는 경찰관은 집회를 적절히 통제해 국민의 인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면서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또한 2017년 9월 6일 서울고등법원 제7형사부는 탄핵반대 집회에서 사망한 애국열사와 관련한 판결에서 “경찰은 스피커가 추락하기 전 스피커가 충격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을 인식하였음에도, 스피커를 하강하여 차량 안에 탑재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였다. 경찰이 현장 이탈 전에 적절한 탑재 조치를 취했을 경우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찰이 스피커를 완벽하게 고정했다면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경찰의 과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민 경찰청장은 경찰의 잘못, 경찰의 과실이 전혀 없다는 듯이 책임을 회피했고 당시 자료마저 제출을 거부하였다.
그날 조 의원은 경찰을 심하게 추궁했다.
“경찰은 셀프조사를 통해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이것이 말이 되는가.”
“돌아가신 분들에게 사죄 의향 없는가?”
“귀중한 생명이 돌아가셨는데…”이 전 청장은 말끝을 흐렸다.
조 의원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질문했다.
“장관님 법원도 경찰의 과실을 인정했다. 셀프조사 안된다. 이 사건은 절대로 덮을 수 없다.”
“취지는 알겠다. 셀프조사 아니라면 경찰 아닌 다른 데서 조사해야 하는지 검찰밖에 있지 않겠는가.”
“감사원 감사를 해달라. 경찰조사 믿을 수 없다.”
“국회서 얼마든지 감사청구 할 수 있다. 제가 경찰에 여러 번 조사를 해달라 요구했다. 셀프조사 안된다니…”
“민갑룡 경찰청장은 그동안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용산참사 유가족과 생존 철거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과 청도 송전탑 반대 할머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사과했으며 ‘애플청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이 2017년 3월 10일 사망한 애국열사에 대해 경찰의 과실을 명백하게 인정하고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억울하게 사망하신 우파 애국열사들에 대해서는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고 증거자료마저 인멸하려는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2019년 10월 4일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발언>
조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 등에서 당사자인 행정안전부, 경찰청, 서울시 등을 상대로 3.10 태극기항쟁 참사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들은 면피성 발언만을 쏟아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난 및 안전기본법에 따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었다.
박 시장은 2017년 3월 10일 탄핵반대를 외치는 국민이 현장에서 CPR 상태에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고 사망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런데도 자신의 페이스북에다가 ‘광장에 봄이 왔다’고 흥분했다. 국민이 사실상 공권력에 사망한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는데 촛불에 정신이 팔려 국민의 죽음을 봄에 비유하며 즐거워했다.
당시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한 수많은 국민들은 압사당할 상황에서 경찰에게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경찰은 쳐다만 보고 있었다. 심지어 신고 29분 만에 앰블런스가 현장에 도착해 제대로 된 응급조치도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런 박 시장은 2016년 11월 5일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서 백남기 농민의 사망이 명백한 국가적 폭력이고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행위라고 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선동하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 정작 자신이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임에도 직무를 유기하여 탄핵반대를 외치던 평범한 시민이 무려 5명이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한테 강제철거 등 협박과 언어폭력을 일삼았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오후 2시 12분경 박원순 시장은 국민이 2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문자를 받고서도 그 어떤 책임 있는 조치와 대책을 지시하지 않았다. 똑같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억울한 죽음에 대해 좌파들은 좌파들의 죽음은 영웅화시키고 우파선량한 국민의 죽음은 외면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조 의원은 2019년 7월 3일 공권력에 의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2017년 3월 10일 태극기항쟁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3.10 태극기항쟁 참사 진상규명과 희생자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수많은 희생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서울시 등 사건 관계자들의 책임 회피와 은폐,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특별법안에서는 3.10태극기항쟁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두어 3.10 태극기항쟁 참사의 진상규명·수습과정·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 등의 진상을 밝히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에 대한 지원 대책 및 공권력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3.10 태극기항쟁 참사 진상규명과 희생자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여야 간 인간 생명의 존중,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인 기준에서 국회에서 신속히 통과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당시 조 의원이 제출했던 이 특별법안은 지금도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여야에게도 잊혀진 법안이 되었다. 국민들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날 집회에 대해 1심 판결은 경찰의 책임으로 보았는데 2심 판결은 달랐다. 2022년 6월 9일 서울고법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발생한 애국열사 사망에 대해 국가배상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돌아가신 애국 열사는 경찰의 안전조치 미흡이라는 것이 국정감사에서 이미 밝혀졌다. 2019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도 경찰관의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을 명백히 규정했다. 그런데도 서울고법은 국가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앞서 우리공화당은 3.10 진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2019년 4월 말 광화문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텐트와 빈소를 설치한 후 범국민 투쟁에 돌입했다. 2019년 6월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광화문 텐트가 불법이라면서 당시 깡패같은 용역 3600명을 동원 소탕작전을 벌였다. 그로 인해 텐트를 사수하던 150여 명이 일방의 폭행을 당하고 중경상을 입었다.
더욱이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우리공화당 관계자 누구에게도 행정대집행 영장이나 행정대집행 책임자 증명서를 제시하지 않았다. 중대한 절차적 하자와 그 적법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그 다음 날 조 대표와 당 관계자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상해, 폭행, 국유재산법 위반,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검찰은 2022년 12월 초 조 대표와 당원들에게 징역 1년 6개월 구형했다. 2023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대표와 함께 기소된 당원 8명 중 7명은 징역 6∼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1명은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피해자가 가해자 된 뒤바뀐 판결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7년이 흘렀지만 3.10 진상규명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조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었다면 다시 이 법안이 재발의 됐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 이에 대해 관심을 보이거나 그날의 죽음에 대해 알고 있는 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박근혜는 7년 만에 이들에게 “명복을 빈다”는 한 마디로 ‘퉁’ 쳤다. 애국을 하다가 죽은 자들은 지금도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야는 축제현장서 죽은 자들을 위한 이태원 특별법은 합의 통과시켰다.
■여야 이태원 특별법 통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지난달 29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간 회담을 통해 여야간 협치 복원이 시작됐는데, 이번 합의는 그 구체적 성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특별법은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지난 2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난 지 이틀 만에 여야가 이태원 특별법에 합의했다.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토요일 밤 발생한 이 사고는 코로나 규제가 풀려 3년 만의 ‘야외 노마스크’ 핼러윈 행사에 13만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그날 사고는 신(神)도 막지 못했을 것이다.
현장의 생존자와 목격자들은 “사고가 순식간에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좁은 골목길에 사람이 가득 차면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누군가 넘어지면서 수백 명의 인파가 도미노처럼 넘어졌다는 것이 현장 증언이다.
사고 구간은 기울기 30도가 넘는 경사로인 데다, 매끈한 재질의 보도블록에 술 등의 음료까지 뿌려서 넘어지기 쉬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사망 원인은 대부분 압사로 추정되었다. 들뜬 기분에 몰려드는 인파가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가라는 경찰 통제에 잘 따랐을지 의문이 든다.
이태원 사고는 화재·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누군가 폭력을 휘두른 것도 건물이 무너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500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특별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도 보완 수사에 나섰다. 국회 국정조사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참사 원인과 대응·구조·수습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이 드러나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충분한 근거 없이 추가 조사를 위해 여야가 특별법을 합의 본회의에 통과시켰다.
윤석열 정권은 공정과 상식의 기치를 내걸었다. 윤 대통령에게 반문하고 싶다. 2017년 3월 10일 탄핵무효를 외쳤다가 죽은 자들은 괜찮고, 축제서 죽은 자들은 억울한 것인가. 이것이 윤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과 상식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반문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입만 열면 진실과 정의를 강조해왔다. 2017년 3월 10일 ‘탄핵무효’를 외치다 죽은 다섯 명은 ‘개죽음’이고, 2022년 10월 29일 죽은 159명은 ‘애국열사’인가. 박근혜는 유영하 당선인을 통해서라도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 이것이 이들에 대한 진정한 명복을 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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