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사기탄핵 재심청구 목소리가 각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출발은 지난 2016년 JTBC가 최순실 씨 것을 입수했다며 공개한 ‘태블릿PC’ 진위를 가리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본지가 이를 추적 취재한 것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2016년 10월 24일 JTBC가 최순실 씨 것을 입수했다며 공개한 ‘태블릿PC’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JTBC는 “컴퓨터의 파일을 분석한 결과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들을 대통령이 연설하기도 전에 받아 봤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음 날(25일) 1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이 태블릿PC에 박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등 정부 문건 50건이 저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를 담고 있는 태블릿PC가 공개되는 순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박근혜’ 주위를 떠돌던 의혹, 이른바 비선권력의 실존이 있었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태블릿PC는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가 되었고, 탄핵사태를 촉발했다.
최순실 씨는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태블릿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 씨는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는 태블릿PC를 쓸 줄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태블릿PC 주인이 최씨가 맞느냐’는 논란이 커졌다. 태블릿PC가 탄핵 사태를 촉발한 계기가 된 만큼 실제 사용자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검찰은 2016년 12월 “태블릿PC는 최씨 것이 맞다”고 밝혔다. 특검에 파견됐던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2017년 10월 말 국감에서 “정호성씨 재판에서는 본인(정호성씨)이 ‘최순실씨가 쓰던 태블릿이 맞다’고 인정해 증거로 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사진 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최서원이 사용한 태블릿PC라고 저희는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래 사진>
태블릿PC는 그렇게 ‘최씨 것’이 됐다. 그러나 최 씨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태블릿PC를 갖고 있지도 않았고, 쓸 줄도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최 씨는 본지에 보낸 여러장 옥중편지를 통해 “문제의 태블릿은 문서기능 조차 없었던 구형 태블릿으로 거기에 많은 국가 기밀이 들어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그것을 사용할 줄도 태블릿은 내가 소유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이어 “그런데도 특검과 검찰은 이런 말도 안되는 입수 경위에 대해 수사도 궁금해 하지도 의구심도 갖지 않고 오로지 태블릿의 국정을 농단했다는 자료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애당초 진실에는 관심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본지와의 3차례 옥중면회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JTBC가 단독보도 했던 최순실 태블릿PC는 박근혜 정권 몰락을 가져오게 했다. 촛불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박근혜는 탄핵과 구속으로 이어졌다. JTBC와 검찰 특검 사법부까지 태블릿PC를 최 씨 것으로 단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유영하 의원과 측근까지 “최 씨 것이 맞다”고 했다. 보수층 국민들은 “내 것이 아니다”는 최 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태블릿PC가 누구것이고, 진짜 조작된 것일까.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JTBC에 의해 태블릿PC기 폭로된 10일 후 인 2016년 11월 3일 JTBC 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 당시 이 프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특집을 내보냈다. 이날 ‘썰전’에서 관심을 모았던 것은 태블릿PC와 관련한 유시민 작가의 언급이었다.
유 작가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상무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난달 31일 검찰 2차 조사를 받고 나와서 한 얘기를 보면 ‘그 태블릿PC가 내 것이 아니다. 최순실 씨가 태블릿PC 사용하는 것을 못봤다’라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유 작가는 “그 태블릿PC는 이사 나가고 난 빈 사무실의 책상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 2014년 봄에 태블릿PC를 새 걸로 교체했고, 그 전에 쓰던 걸 사무실에 놓고 있었던 거다. 그 태블릿PC는 고영태의 책상에서 나온 게 확실하다”라고 설명했다.
유 작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고 씨는 선을 그었다. 2016년 12월 7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한 고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이 발견된 태블릿PC와 관련 “최순실이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 씨는 이어 “태블릿 PC에 대해서는 방송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태블릿 PC가 나에게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태블릿PC 출처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이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고 씨에게 “TV조선에 최순실 관련 제보를 했는데 기사가 안 나오니까 JTBC에 전화를 걸어 ‘어느 사무실에 가면 책상이 있는데 거기 누가 보낸 태블릿PC가 한 대 있을 거다’ 이렇게 이야기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고 씨는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라며 부인했다. 이어 이 의원은 “더블루케이 문 닫을 때 고영태 증인의 책상 위 태블릿PC가 사진에 찍혀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느냐”는 질문에도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고 씨는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태블릿 PC에 대해 보도한 언론사가 출처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처음 태블릿 이야기 들었을 때 독일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져 거기서 찾았다고 했는데, 그 다음 기사는 ‘최순실의 집 밑에 있는 관리인이 가르쳐준 곳’이라고 바뀌더니 나중엔 제 회사 책상에 있었다고 바뀌었다”며 “만약 그 태블릿이 제 것이었다면 바보처럼 (책상에) 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씨는 이어 “태블릿PC에 대해 자꾸 말을 바꾸는 기자가 이 자리에 나와 진실을 밝혀줘야 한다”며 “그리고 내 연락을 받았다는 JTBC기자도, 내가 맞는지, 내 음성이 맞는지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통령의 연설문 등 기밀문서가 태블릿PC가 아니라 USB에 담겨 언론사로 제공됐다’는 의혹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고 씨에게 “JTBC가 태블릿PC를 방송한 것을 보면 G드라이브인데 그렇다면 USB를 꽂아 자료를 받은 것이다. 최 씨가 USB를 누군가에게 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고 씨는 “최 씨는 USB를 꽂아서 자료를 옮기는 정도도 못하는 걸로 안다”고 했다. 이어 정 의원이 “그렇다면 본인(고씨)이 USB로 자료를 옮긴 것 아니냐”고 하자, 고씨는 “저도 USB에 옮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고 씨의 이 같은 증언은 최서원 씨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최 씨는 검찰 조사에서 “그 태블릿PC는 100% 내 것이 아니다”라는 진술을 일관되게 했었다.
고 씨는 국정농단 행태를 처음 언론에 알린 인물이다. 스모킹 건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고 씨와 최 씨는 관계가 최악으로 틀어진 사이다. 고 씨가 최 씨에게 우호적인 증언을 할 이유가 없다.
고 씨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또 한 사람의 증언이 나왔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다. 그는 고 씨의 친구다. 그는 JTBC 태블릿PC와 관련해 “고영태가 ‘나도 증거를 모은다고 모으던 놈인데 왜 책상에 태블릿PC처럼 중요한 것을 남겨놓고 오겠냐’고 펄쩍 뛰었다”고 했다. 노 전 부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JTBC가 입수해 최순실 것처럼 보도한 태블릿PC가 어디에서 떨어진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아래는 노 전 부장이 이 신문에 밝힌 인터뷰 내용이다.
“10월 27일 영태가 귀국하자마자 오산에 주차한 영태 차에 있는 짐에서 검찰에 제출할 자료를 영태더러 챙기라 했어요. 짐에 검은색 삼성 태블릿PC가 있는데 빼 놓길래, 뭐냐고 했더니, ‘최순실에게 받은 건데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다’고 했어요. 저는 ‘24일 JTBC에서 최순실의 태블릿PC가 더블루K의 네 책상 속에서 나왔다고 보도했으니 넣으라’고 했죠. 영태는 자기는 그 책상을 8월에 이미 정리했고, 거기에 두고 나온 것은 디지털카메라 하나밖에 없었다며 펄쩍 뛰었어요. 영태는 ‘나도 증거를 모은다고 모으던 놈인데 왜 책상에 태블릿PC처럼 중요한 것을 남겨 놓고 오겠냐’고도 했어요.”
고영태 씨는 검찰 조사에서 “태블릿PC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는 식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7년 2월 최순실 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을 때도 “태블릿PC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며 “언론 보도를 보고 태블릿PC가 최씨 소유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태블릿PC가 왜 내 책상 서랍에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최씨와 사이가 틀어진 뒤 더블루K 사무실에는 간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된 증언이 나왔다. 2016년 12월 15일 오전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 출석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더블루케이의 업무를 함께 볼 당시에 고영태 씨가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봤던 그 태블릿PC가 종편에서 공개된 PC라고 추정하는 이유는 고영태씨가 태블릿PC를 들고 다녔기 때문”이라면서 “충전기를 사오라고 했는데 핀이 예전 것이어서 못 사온 적이 있었다. 그것으로 고영태씨가 핀잔을 줬고, 그래서 (태블릿PC를) 기억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저희가 사무실을 비울 때 고씨의 책상을 두고 왔다. 마지막에 서랍을 열어봤고, 태블릿PC가 안에 있던 것을 봤다”고 말했다. 고씨가 지난 청문회에서 태블릿PC에 대해 자신과 무관하다고 증언한 것과 배치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상을 사무실에 두고 온 것은 최씨의 지시였다”면서 “최씨와 고씨의 사이가 안좋아 고씨가 사무실에도 나오지 않던 때였다. 최씨가 괜히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고씨의 책상은 놔두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박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고 씨가 태블릿PC를 사용했고, 고 씨 책상 안에 태블릿PC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태블릿PC를 사용한 적도 없었고, 왜 내 책상안에 있었는지는 JTBC가 밝혀야 한다는 고 씨의 증언과 진술과도 180도 다르다.
JTBC가 국정농단 태블릿PC를 터뜨리기 5일 전 했던 방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6년 10월 18일 태블릿PC를 입수한 JTBC는 2016년 10월 19일 방송에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고 씨는 왜 그같은 언급을 했을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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