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딸’, ‘대통령의 여동생’이유만으로 뉴스의 중심
2017년 12월 필자는 일본 도쿄와 서울에서 박근혜 대통령 여동생 근령씨(66)와 수십 번에 걸쳐 인터뷰를 했었다. 당시 일본의 한 출판사가 근령씨 회고를 통해 밝히는 내용을 담아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버지 박정희·육영수 여사에 대한 책을 내고자 결정했다. 그러나 책은 1차 원고가 완성됐지만 끝내 출간되지 못했다. JBC뉴스가 연재하는 글은 당시 출간되지 못했던 글을 일부 발취한 것이다. 시점은 3년 전이며, 오직 근령씨를 통해 언니와 어버지의 진솔한 부분만 담는다. [편집자 주]
‘대통령의 딸’, ‘대통령의 여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늘 뉴스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일본 출판사가 나의 책을 출간하는 것도 내가 평범한 박근령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대통령의 딸이고, 대통령 여동생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것이다.
나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틀에 갇히면 갑갑하다는 생각부터 난다. 나는 마음껏 자유인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그럴때면 나의 사생활은 언론의 감시를 받는다. “언론이 왜 나를 감시하지”, “내가 언론 때문에 왜 살아가는데 눈치를 보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한국의 소설가 이문열씨가 ‘어둠의 그늘’에 밝힌 그 내용에 공감한다.
‘당신이 태산처럼 믿고 있는 그 언론이란 것 허무맹랑한 거야. 언론은 스스로 제 4부를 자처하고 특권을 행사하려 들지만 도대체 누구로부터 수권했는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나왔고, 법관은 시험을 쳐서 그 자격을 얻었지만 언론은 뭐야? 자임에 불과하지 않는가. 그 힘이 오직 스스로 설정한 책임과 사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데서 나올 뿐이다. 그런데 당신은 역기능이라고 해도 좋은 언론의 특권에 기생해 살려고 하고 있어.’
사실 언론이 왜 나를 이렇게 끈질기도록 묻고 또 묻는건지. 언론은 언니와 나의 관계에 대해 아주 끈질게 묻는다. “언니를 뵌 적 있는가” “언니 취임 후 청와대 들어갔느냐”
여기서 언니를 뵙다면 세상사람들은 언니가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관심을 보일 것이다. 언니를 만난 적 없다면, 어떻게 자매끼리 한반도 만나지 않았지? 둘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는 게 아냐라고 수군거린다.
언니를 만나든 안만나든 이것은 나의 문제인데도 언론은 나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박근령씨 언니가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가보았습니까.”
내가 자주 간다고 말하면 언니보다 더한 권력 실세는 박근령이라 할 것이다.
또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나에게 접근해서 연줄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언니가 취임 이후 청와대를 단 한번도 가 본적이 없다. 그랬더니 언론들은 ‘어떻게 언니가 대통령 취임했는데 한번도 청와대를 가지 않지’ 라고 의문의 눈초리를 날린다.
언론은 내가 청와대를 가도 지적질 했을 것이고, 안 가도 지적질이다.
내가 청와대 가지 않았던 것은 언니가 주변 친인척으로 인해 국정을 이끄는 데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까봐 였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친인척 관리를 잘 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잘 아는 언니는 친인척 관리만은 철저하게 했다. 청와대에 특별감찰팀을 둔 것도 친인척을 감시하기 위함이었다. 언니는 매사 철저한 분이셨다.
그런 언니의 성품을 잘 아는 내가 무턱대고 언니가 대통령이란 이유만으로 청와대를 무작정 갈 수 없지 않는가.
나는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이럴 줄 알았으면 언니가 청와대 들어오지 마라 했을지언정 청와대로 가서 언니의 사소한 것을 도움을 주었으면 이런 사달이 안났을 건데 라는 아쉬움도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거대해지면서, 직접 경험만으로는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매체를 통하여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사고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이러한 대중매체가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신문기사도 기자가 보고 들은 내용을 쓰는 것이며, 방송 또한 촬영한 내용을 편집을 거쳐서 방송하기 때문에 좋건 나쁘건 대중매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이트 키퍼의 존재로 인해 중요한 내용들이 걸러질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현대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매체를 통하여 세상과 소통한다. 사람들을 선동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언론을 장악하는 것으로 독재자의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냐면 권력 중 언론권력이 제일이라고 하는 말까지 있을 정도가 아닌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지만, 그만큼 타락하기도 쉽기 때문에 대중매체를 접할 때에는 반드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언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사실대로 안 적고 재밌게 각색, 앞뒤 거두절미 침소붕대. 제목 관심 끌기. 일본도 그럴 수도 있지만 언론이 잘못 보도 했을 경우 국익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언론으로부터 치명적 상처를 받으면 올바르게 살기 힘들다. 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해선 지적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의 언론들이 언니에 대해 팩트 체크 조차 하지 않은 채 마구 잡이 보도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언론의 횡포라 본다. 정확한 보도를 하기 위해선 정확한 취재가 우선 되어야 한다. 왜 언니에 대해선 왜곡, 침소붕대, 사실 확인 조차 하지 않고 엉터리 보도를 쏟아내는 지 가슴이 아프다.
언론은 언니가 대통령 재임시 이런글로 비난했다.
“박근혜는 기자들과 소통을 안해.”
언니가 왜 기자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가.
청와대는 각 전문 부서가 있다. 또 정부도 각 부서별이 있다. 기자들은 거기서 취재를 하고 거기서 나온 뉴스를 보도하면 된다. 굳이 언니에게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이것은 언론의 특권이요, 권위라는 생각이다.
청와대 관련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기자를 담당하는 홍보분야에 문의를 하고 그 문의가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각 수석실에 전달되어 그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달하면 되지 않는가.
또 기자와의 오찬 등 식사도 마찬가지다. 언니가 굳이 기자들을 챙겨야 하고 오찬을 할 이유가 있는가.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그렇게 했었는지 모르지만 언니의 생각은 청와대는 각 분야별 전문가가 있는 데 굳이 언니가 나서서 기자를 챙겨줘야 하는 이유도 없다고 할 것이다.
물론, 대국민 기자회견, 담화 등을 통해 기자를 만나야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 언니를 두고 언론은 ‘소통 부재 대통령’이라고 비난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국의 명절 날 등 특별한 날에는 기자들에게 선물도 주고 챙긴다.
일본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기자를 챙겨주는 것은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를 유화적으로 잘 해보자는 의미일게다.
그러나 언니는 기자를 챙기는 등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 이것은 아주 정상적인 것이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청와대가 해왔던 관례를 언니가 스스로 깬 것으로 보고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언론은 박근혜 정부가 정책을 펼치면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언론의 입장에선 비판여론이겠지만 한국언론은 일단 먼저 시비를 붙고 보는 거 같다. <계속>
◇박근령=1954년생, 박정희 대통령 둘째딸이자, 박근혜 대통령 여동생, 경기여고-서울대 작곡가 졸업, 배우자 신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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