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문재인 정권의 상징성을 과시하는 대명사다.
문 대통령은 특별한 의미를 새기는 행사 때면 언필칭 ‘촛불’을 들먹인다.
이른바 ‘촛불정신’은 만사형통의 잣대였다. 그 촛불이 마침내 매서운 역풍을 만났다.
4·7 재보선에서 큰 낭패에 봉착한 촛불정권의 난처한 현주소를 ‘풍전등촉’(風前燈燭)으로 비유한 어느 평론이 매우 인상적이다.
촛불은 본디 바람에 약한 법. 민심이란 이름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면서 촛불의 심지가 위기에 노출된 것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아집에 사로잡힌 문재인 정부의 4년 실정에 대한 백성의 분노가 거칠게 피어오른 현장이었다.
자기성찰을 거부하는 권력은 끝내 축복받지 못한다는 동서(東西)를 넘나드는 역사적 실증이 건재하는 마당이 아니던가.
‘촛불권력’은 겁도없이 그 전철을 밟고 있다.
과체중 권력의 비만증세는 오만을 낳고 독선에 길들여지기 십상이다.
여기에 무능과 위선까지 겹치면 영락없이 ‘독재’로 빠지는 것이 정한 이치다. 독재의 생태계는 공정(公正)을 부정하는 ‘내로남불’ 생리로 채워진다.
‘입법독재’란 비난을 무릅쓰고 여당 단독으로 선거법을 처리하여 해괴망측한 곁가지 위성 정당까지 만들어 183석을 억지 생산한 4·15총선은 되레 집권세력에게 지독한 불행의 씨앗을 한아름 안겨준 셈이 됐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경구가 살아 숨쉴 수 없는 오늘이 아닌가.
문 대통령은 참담한 패배를 안겨준 4·7현상에 대해 “준엄한 질책은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반응했다. 대통령 심려의 순도(純度)는 앞으로 있을 법한 내각개편을 포함한 일련의 쇄신책을 통해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히 짚어야만 할 것은 민심의 폭발이 부동산정책의 실패에 따른 것이라는 소극적인 진단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민심분노의 보다 심각한 동인(動因)은 국헌(國憲)을 훼손하는 따위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변칙 국정운영에 대한 누적된 불만·경계심이 임계점에 닿았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4·15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던졌던 2020세대가 4·7보선에서 등 돌린 것과 문재인 지지의 버팀목인 40대가 단합을 뿌리치고 분산을 도모한 현상은 청와대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가장 어지러운 변곡정으로 작동할 것이다.
집권세력이 비록 고개는 숙였지만 기본적인 국정의 틀을 수정할 것이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유연성을 거부하는데 익숙한 경직된 권력의 생존방식은 여전히 파아를 갈라 세우는 고정관념을 고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4.7보선 결과를 놓고 결코 착각해서는 안될 명백한 사실 하나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제일야당인 ‘국민의 힘’이 잘했거나 고와서 표심이 그쪽으로 쏠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재인 악정(惡政)의 반사 이익에 안주한다면 ‘국민의 힘’의 미래는 없다는 충고를 무겁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어렵살이 주어진 천기(天機)를 살려 야권의 대동단결을 실현할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
우선 밖에 머물고 있는 자유보수 세력을 하나로 묶는 기운을 조성해야 한다. 투옥4년차를 박근혜 대통령 사면의 정당성을 당당하게 소리 높여야 한다.
문재인 권력은 꼭 11개월 앞인 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차기 대선전략을 짜면서 ‘박근혜 변수’ 놓고 손익 주판알을 굴리고 있을 것이다.
4·7승리를 계기로 대여 투쟁을 선재적으로 전개함으로써 무기력을 탈피한 제일야당의 ‘야성’(野性)을 발산시켜 나아가야 한다.
승리는 서둘러 준비하는 자의 몫이거늘. 시계는 야당만을 위해 멈추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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