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현충일에 어찌 이런 일이... 얄궂은 무슨 조화(造化)인가?
돈봉투 살포 김남국의 코인 논란 등 잡다한 당내 리스크(risk)를 털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대표의 야심찬 구상이 계파갈등의 불씨만 키워놓았을 뿐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재창당 수준의 고강도 혁신을 다짐했던 혁신위원장 인선이 화근이다. 위원장으로 발탁된 이래경(70, 다른백년 이사장)씨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알 만한 사람은 ‘성공한 기업인’ ‘천안함 괴담의 몸통’으로 통한다. 그는 “천안함은 자폭”이란 허무맹랑한 주장을 내세워 온 인물이다.
천안함 전몰 장병유족들이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인선 발표 9시간 만에 사퇴한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씨는 물러나면서도 ‘마녀사냥’이라는 토를 다는 비례(非禮)을 범했다.
문제의 초점은 이재명 대표가 이래경이란 사람 됨됨이를 모를 리 만무하다는데 있다. 이재명대표가 경기도지사시절 친형 강제 입원사건과 관련 2심에서 당선무효 선고를 받았을 때 ‘이재명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맹렬한 ‘호위무사’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6·6 현충일 식장에서 이재명대표에게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항의성 질문한 것과 관련, 권칠승 당수석대변인이 “부하를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 운운한 막말에 비쳐 볼 때 민주당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천안함 인식’ 한귀퉁이에 여전히 음모론적 기류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으로 읽힐 수 있다. 곧잘 충격적인 언동으로 구설수에 휘말리는 안민식의원을 포함한 일각에서는 이래경 사퇴에 대해 ‘귀중한 자산’을 읽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는 현상은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대표는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보도진에게 털어놨지만 책임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비명계는 대표직사퇴까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강성 개딸들은 어림없다고 일축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호선의원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대표의 유감표명이 적절하다고 거들고 있지만 이재명은 침묵 일관이다.
이래경은 검증되지 않은 숱한 글들을 페이스북에 꾸준히 올리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자폭된 천안함사건을 조작하여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패권세력이 이번에는 궤도를 벗어난 중국의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마치 외계인의 침공처럼 엄청난 국가의혹으로 과장하여 연일 대서특필하고 골빈 한국언론이 이를 받아쓰기 바쁘다”고 썼다. 이씨의 허튼 말들을 옮기기에는 주어진 지면이 턱없이 좁다. 해괴한 어폐(語弊) 몇 가지만 추려 보자.
▲ 보면 볼수록 이재명은 든든하고 윤석열은 불안하다 알면 알수록 이재명은 박식하고 윤석열은 무식하며 까면 깔수록 이재명은 깨끗하고 윤석열은 더럽다 ▲ 미국 바이튼의 하수인역에 충실한 청맹과니 윤석열정권이 한일동맹 몽유병에 걸려 대한민국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 코라나의 진원지는 미국이며 이를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 윤석열의 퇴진요구를 넘어 국가수반으로 범죄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 우크라이나전쟁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 연출한 사이드 쇼다
무릇 개개인의 세계관이나 시국인식은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독특한 영역이다. 그러나 선량한 사회 본류(本流)의 집단지성에 어깃장을 놓는 날조된 의식보급은 금지되어 마땅하다.
이재명 대표와 이래경은 여러모로 철저한 동맹(同盟) 관계다. 이래경의 어록을 통해 이 대표의 내면세계를 투시할 수 있을 법하다. 반미 반일 친중 친러의 프레임(frame)에 갇혀있다. 민주당의 혁신위원장 낙마사태는 영락없는 이재명의 자충수다. 밀실에서 독단으로 재단(裁斷)한 결과를 놓고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가뜩이나 극성스런 이재명의 사당화(私黨化) 책략에 제동이 걸린 것은 다행이라는 당내 일각의 냉소적 시각이 어떤 몸짓으로 현실화될지 두고 볼 일이다. 돈봉투사건에 얽힌 윤관석 이석만 두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본회의에서 표결된다.
표결 결과는 민주당 내흥의 행방을 가늠할 결정적 동기가 될게 확실시된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이 초읽기다. ‘명낙대전’(明洛對戰) 시즌2라는 시각이다. ‘천안함변수’까지 합류한 뜨거운 한마당이 펼쳐질 전망이다.
“아들의 넋을 품은 어머니의 자장가에는 늘 바다가 있었다. 엄마에게 바다라는 낱말은 굳은살이 되어 심장 한복판에 박혀버린 잔인한 악몽이었다. 오늘도 ‘울엄마’는 바다에 아들을 묻은 그 악몽과의 전쟁을 멈추지 못한다” 생떼같은 46명의 영혼을 앗아간 천안함 비극에 붙여 13년 전 필자가 쓴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은”이란 칼럼 첫머리에 나오는 어머니의 ‘한숨’을 불러들인 까닭은 모정(母情)의 위대함을 노래하기 위해서다.
제아무리 지독한 이념이나 정략(政略)인들 죽어도 죽어도 아니 죽을 엄마의 품에 묻히면 귀여운 ‘내새끼’가 되는 것을…
지난 5월 19일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에서 신형 호위함 천안함이 취역했다. 10년 세월 정성을 쏟아 부은 천안함의 ‘환생’(還生)이다. 더 우람해진 천안함이 자랑스럽다. 자유대한해군 파이팅을 함께 외쳐보지 않겠는가.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필자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 회장겸 주필
제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제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현재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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