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누리 없는 ‘국치민욕’(國恥民辱)의 현장이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감히 대한민국의 외교권을 능멸하고 오만방자한 막말을 뇌까린 사건은 어떤 구실로써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치욕스런 ‘변괴춘사(變怪椿事)다.
대한민국 국회의 기상도를 주름잡는 거야(巨野)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행로(行路)에 대해 딱히 ’감 놔라 대추 놔라‘ 시비를 걸고 겁박한 것을 놓고 한·중간 갈등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는 마당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관저로 초청한 중국대사가 미리 준비한 원고를 15분 동안 읽어내리는 모습을 다소곳이 두 손 모아 얌전하게 경청하는 현장이 유튜브 동영상으로 뜨자 조야(朝野)의 분노가 수직상승했다.
민주당은 당의 공식 유튜브로 이를 생중계했다. 자충수였다. 한국정계의 강자로 엄지척 대접을 받는 사람이 아무런 내색도 없이 굴절된 언사를 듣고만 있는 볼썽사나운 장면에 비위가 틀어진 사방에서 ’이재명 성토‘가 솟구친 것은 정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주류언론은 말할 나위 없고 진보좌파성향의 매체들도 서로 눈치살펴가며 성난 목소리를 뿌렸다.
논조(論調)는 두 개의 색깔이다. 중국대사의 무례(無禮) 비판과 이재명대표의 넋잃은 처신(處身) 비난이다. 유별나게 돋보인 것은 ‘무례’보다 ‘처신’을 겨냥한 노성(怒聲)이 훨씬 뜨거웠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기자와의 회견에서 “힘에 의한 대만현상의 변경에는 반대한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중국외교부가 “대만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죽을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협박했을 때 중국 편에 힘을 실어주 듯 “윤 대통령 발언은 양국관계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곤 “대만문제는 불개입원칙을 지키라”고 외쳤다. 이 대표 논평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구설수에 파묻혔었다.
싱하이밍 발언 논란은 결코 일개 천둥벌거숭이 외교관의 돌출발언이라기보다 북경 천안문 심창(深窓)에서 조밀하게 다듬은 모사(謀事)의 맛보기 전략에 따른 결과물로 봐야 옳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갑질은 문재인 정권에 의해 길들여진 탓이 컸다. 문재인은 베이징대학연설에서 소위 중국몽의 의미를 잔뜩 추켜세웠다.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라면서 “한국은 작은 나라 중국몽을 함께하겠다”고 굽실거렸다.
그는 “마오쩌둥이 이끈 대장정에도 조선 청년이 함께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역사학자들 사이의 논란에 휘말렸다.
문재인 정부는 19대 총선에 때맞춰 시진핑의 서울방문을 오매불망 매달렸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문재인은 ①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②사드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③한미일 군사협력을 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不)1한(限)’을 중국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보다 확실한 물증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쨌든 윤석열 정부는 굳건한 한미일동맹을 현실화했고 압도적인 대북 전력 강화를 다짐하고 나선 시점에 3불(不) 운운 따위는 유명무실 벌써 빛바랜 ‘넋두리’가 된 셈이다.
서릿발 비난에 미운 털이 박힌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와중에 중국정부 초청으로 12명의 의원이 줄줄이 방중 길에 오른 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가비판이 일고 있다. 여권은 중국의 패권주의에 들러리 서주는 꼴이라고 쏴붙였다. ‘친명’ ‘비명’ 계파 갈등이 ‘심리적 분당’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소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연쇄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궁지에 몰린 민주당은 국면전환책으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동시다발적인 장외투쟁을 도모하고 있다.
예비역장성단을 포함한 다양한 시민단체가 성명을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전교모)의 성명서가 제목부터 개성 넘치는 인상을 물씬 풍겨 딱히 군계일학(群鷄一鶴)으로 비쳐졌다.
심술궂은 후덥지근한 날씨에 마음의 얼룩을 씻는다는 핑계 삼아 일독을 권한다. 6,192명의 집단지성이 농축된 성명서의 골자를 간추려 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짜장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던가”
우리는 중국 대사의 무례한 행위를 지적할 마음이 없다. 무엇을 탓하거나 비판하는 건 상대방이 그나마 이성적 존재로서 사리변별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간 싱하이밍 대사의 행태나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음을 보여준다. <중략>
중국의 이런 태도는 이 나라가 여전히 일당독재의 전체주의 국가이며, 당 자본주의, 국가자본주의를 통해 경제규모와 군사력은 키우는데 성공했을지는 모르나 격을 갖춘 국제 사회의 리더가 되기에는 한참 멀었음을 상기시켜 줄 뿐이다. <중략>
그런데 놀랍게도 제1야당, 압도적으로 국회권력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대표란 자가 대한민국 외교안보주권에 대하여 상대가 같잖은 말을 늘어놓는 것을 15분이나 공손히 앉아서 듣고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의원이다. 국민의 대표이다. 중국 인민의 대표가 아니라 어쨌건 명목은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 아닌가. 그가 있는 민주당은 중국 공산당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복수정당에 따라 존재하는 당 아닌가. 그럼에도 그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중국 대사의 말을 들으면서 항의 한번 하기는커녕, 당의 공식 유투브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했다. <중략>
당신들은 자격이 없다. 형사 재판의 피고인, 피의자로 재판과 수사를 받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국회의원, 야당대표라는 방탄복 외에 국제 무대, 그것도 본인 나름대로 든든하게 생각하는 우군인 중국의 방탄복이 필요해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국민은 분노한다.
이재명 대표에게 묻고 싶다. 싱하이밍의 오만방자한 교시를 듣고도 그 날 저녁 짜장면은 목구멍으로 넘어가던가.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되어야 하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필자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 회장겸 주필
제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제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현재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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