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 이력을 가진 장군인 줄 몰랐다. 홍 장군은 누가 뭐래도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전투(鳳梧洞戰鬪)에서 일본군 제19사단을 크게 무찌른 항일독립군 영웅으로만 기억했다.
지난 2019년 8월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를 보면서 홍 장군 무장항쟁에 대한 업적과 존경이 더해졌다. 당시 이 영화는 478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했고, 평점도 9.07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국민 중 홍범도는 몰라도 봉오동 전투만은 확실시 알게됐다.
역대 보수정권도 홍 장군의 치적을 높이 평가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2년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대통령장)을 추서했다. 1990년 한국-소련이 수교했을 때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홍 장군 유해 국내 봉환을 시도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3월에는 7번째 214급 해군 잠수함(1800t급)의 이름을 ‘홍범도함’으로 정했다.
그런 홍 장군을 다시 보게 된 것은 문재인 씨 때문이었다. 지난 2021년 8월15일 문재인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직접 나가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에 행사를 가졌다. 홍 장군 유해를 태운 특별수송기는 공군 전투기 6대 엄호 비행을 받으며 서울공항에 도착토록 했다. 지난 1921년 연해주로 이주한 지 100년 만에 고국 땅을 밟게 했다.
문 씨가 왜 홍 장군에 대해 그토록 관심과 애정을 쏟아부었을까. 그가 항일운동의 영웅 홍 장군을 극진히 모시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홍 장군을 그렇게 하는 분명한 목적 의도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혹시 홍 장군의 또다른 이력 때문에? 홍 장군을 반일몰이로 이용하려나?
이 같은 의문을 품고 홍 장군 서적과 자료를 뒤적였고, 그의 대일정책을 눈여겨 봤다. 1921년 1월 만주에서 연해주로 옮겨간 홍 장군은 소련군의 일원이 됐고, 그해 6월 ‘자유시참변’에서 소비에트 적군 편입을 거부하는 한국의 무장 독립군을 몰살시키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1922년 1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인민대표자회의에 김규식·여운형·조봉암 등 50여 명의 독립운동가와 함께 레닌(1970-1924)을 접견했다. 레닌이 트로츠키(1879-1940)를 통해 홍범도를 따로 불러 단독 면담을 한 다음, 금화와 홍범도라는 이름이 새겨진 은제 마우저 C96을 선물해주었다. 독립군 중 레닌, 트로츠키와 단독 면담을 한 사람은 홍범도가 유일하다.
소련 공산당이 발급해준 홍 장군 신분증에는 ‘홍범도 빨치산 부대 지휘관 사령관의 신분증 사진’(Фото удостоверения Командира партизанского отряда Хан Бем До)이 글씨가 적혀 있었다. 역시 문재인이 홍범도를 존경하고 극진히 모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1937년 이오시프 스탈린에 의해 소련 영토였던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홍 장군은 1941년 6월 독소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물자를 아껴 전선의 병사들을 돕자는 선전 활동을 했다. ‘레닌기치’를 읽고, 여기에 직접 글을 투고하여 젊은이들에게 참전을 독려하기도 하였다.
100여 년 전 공산주의 이념을 가졌다고 해서 곧바로 대한민국의 적(敵)이 될 수는 없다. 맞는 말이다. 당시는 대한민국이 건국되지 않았다. 홍 장군은 해방도 보지 못하고 1943년 10월 이국에서 숨을 거뒀다.
홍 장군이 그 시대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100번 이해된다. 문제는 문재인 씨다. 그런 홍 장군에게 공산주의를 덧칠했다. 대전 국립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 묘비에는 통혁당 간첩 주역 신영복 글씨체가 새겨져 있다. 문재인은 “신영복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자신이 존경하는 이유만으로 홍 장군에게 공산주의 찬양자 글씨를 새기도록 해서 이념화 덧칠을 했다.
국가정보원 원석도 신영복 글씨체로 바꾸었다. 일본군 잡은 홍 장군에게, 대공의 상징 국정원에 원석에 신영복 글씨체를 새기도록 한 문재인의 의도목적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비하한 문재인은 6.25전범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 칭송했다. 민족 반역자 김일성을 ‘우리 민족사 최대의 영도자’라고 칭송했던 윤이상 묘지를 베를린에서 경남 통영으로 옮겨왔던 문재인이다.
홍 장군 흉상은 원래 육사에 있던 것이 아니다. 문재인 종북 정부가 반일 몰이 일환으로 홍범도 등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한 것이다. 문재인은 집권 내내 ’죽창가‘를 부르짖었다. 문재인의 사상 키워드가 ‘공산주의’ ’반일‘이었다. 홍범도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에 공산주의와 반일을 이식시킨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지금 좌파세력과 얼빠진 보수들은 윤석열 정권의 이념강조를 반공주의 회귀라며 반발중이다. 대한민국에 이념잣대를 들이댄 자는 윤 대통령이 아닌 문재인이었다. ’좌우‘와 ’주사파 종북‘이 뭔지도 잘 몰랐던 국민에게 좌우 이념 대립의 장으로 끌어들인 게 문재인이었다.
문재인의 좌우 편 가르기와 공산주의 사상 이식은 한국 사회의 계급적 전환을 유발시켰다. 또 공산주의를 찬양케 했다. 최근 음악가 정율성 역사 공원 논란이 전라도 광주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시발 역시 문재인이었다. 문재인 정권 때 정율성을 기리도록 더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은 중국은 큰 봉우리로 찬양했고, 평양 방문에선 한국을 ’남쪽‘이라 했다. 김정은 방한을 추진하면서 김정은 영웅 만들기 사회분위기를 조성시켰다. 사법부에도 좌우 편을 갈라놓게 했다. 오죽했으면 ’좌파무죄우파유죄‘란 말이 나돌았을까.
문재인이 홍범도에게 공산주의와 반일 덧칠을 하지 않고 내버려 뒀으면 홍범도는 한국인들에게 봉오동 전투 영웅으로 영원히 기록됐을 것이다.
문재인의 섣부른 얼치기 공산주의 사상이 홍 장군마저 진짜공산주의 독립운동가로 만들고 말았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문재인의 이 반발이 또 홍 장군과 독립운동가들의 또다른 이력을 소환해 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재인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흑'과 '백'을 가리게 해 줄지 모르겠다. 어느 때부터인가, 문재인이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과 문재인 선호하는 모든 것을 혹시나 의문을 갖고 뒤집어 분석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귀결됐다.
결론은 ○○○는 대한민국에 살아도 ○○○다. ○○○는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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