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박 정권 첫 법무부장관에 발탁된 황 전 총리는 그 후 국무총리로 수직 상승했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대통령권한대행까지 역임했다. 최근 박 전 대통령 회고록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탄핵정국 시절 격렬한 정국의 흐름 속에서 황 전 총리에게도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탄핵정국 시절, 황 전 총리 역할과 국정수행 등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문과 의혹이 따라다닌다. 황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이 멀어지게 된 것은 이런 오해와 억측 때문이라는 것이다. 본지는 황 전 총리를 둘러싼 오해와 사실을 9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1.박근혜 의자 책상 반입 요청 없었다
2.“503 수인번호도 몰랐다”
3.박근혜 구속 최종 사인 안했다
4.박근혜 구속을 황교안으로 몰고간 문재인 정권
5.특검 연장 불허했다
6.청와대 압수수색 끝까지 거부했다
7.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에 정치권이 막았다
8.임종석 임수경 구속시킨 주사파 저승사자
9.끝맺으며
유영하 변호사가 황교안 전 총리에게 가한 책걸상 의자 반입 불허 ‘가스라이팅’은 정곡을 찔렀다. 국민적 논란과 파장은 물론, 황 전 총리에는 치명타를 입혔다.
유 변호사는 2019년 2월 7일 TV조선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모른다’고 했던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유 변호사는 “자신(황교안 전 총리)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임명한 그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계신다. 그 수인번호(503)가 인터넷에 뜨고 있는데 그걸 몰랐다? 모른다? 저는 거기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그해 1월 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선거 사무실 호수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 ‘503’과 같다는 질문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수인번호까지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유 변호사는 황 전 총리를 향해 박 전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간접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이 역시 책상 의자 반입이 반영되지 않았던 사건과 함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여의도 정치판에선 “황교안이 진짜 박근혜 수렁에 빠졌다”는 말이 나돌았다. 유 변호사의 이날 방송 인터뷰 요지는 ‘황교안은 친박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요청한 교도소 감방 내 책상과 의자 반입을 ‘나 몰라라’ 한 것, 인터넷에 떠도는 수인번호를 모른다고 잡아뗀 일 등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황 전 총리가 ‘친박이냐’는 것은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유 변호사는 “황 전 총리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을 통해 여러 번 전해왔는데, 박 전 대통령이 거절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 저한테 말씀을 했지만 밝히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책상 의자 반입 불허와 자신의 수인번호를 모르는 데에 불만과 서운함을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면회와 관련, “박 전 대통령께서 모든 재판에 불출석 하신 것은 재임중 일어난 잘잘못은 역사적 평가에 맡기고 자신이 이를 모두 안고 가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 연유에서 수감기간 중 단 한 명의 정치인을 만난 적이 없으며 가족 접견까지 거부하셨습니다”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 저한테 말씀을 했지만 밝히진 않겠다”고 말한 유 변호사 발언은 마치 박 전 총리가 황 전 총리를 버렸다는 해석을 낳게 했다. 집권 시절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던졌던 ‘배신의 정치’ 굴레가 이젠 황 전 총리를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보도가 쏟아졌다.
박 전 대통령은 1737일 수감 기간 가족 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면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국선 변호인단조차도 면담을 하지 못했겠는가.
지난 해 3월 24일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병원서 퇴원 후 대구 달성 사저로 돌아갈 때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김재원 전 의원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측근 50 여명이 대기했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면회 불허 팩트는 박 전 대통령 스스로 면회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박 전 대통령이 친박 주요 측근 정치인과 각료 출신들의 면회는 허락했는데, 유독 황 전 총리 면회만 불허했다면 황 전 총리에 대한 섭섭함을 나타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황 전 총리가 수인번호를 몰랐다는 것도 사실상 논란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버스료가 얼마인가”, “지하철 요금은?” “택시기본요금은 얼마인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공공교통 요금이 얼마인 줄 모른다. 과거처럼 현금을 통해 공공교통을 이용했다면 얼마인 줄 알았을 것이다. 지금은 전부 카드로 계산한다.
또 많은 사람들 중 가족 핸드폰 번호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폰에 저장된 번호만 누르면 전화연결이 되는 데 굳이 머리에 거장 할 이유와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수인번호도 마찬가지다. 유 변호사 말 대로, 인터넷에는 박 전 대통령 수인번호와 서울구치서 사서함 주소까지 뜬다. 필자는 박 전 대통령에게 수 십 차례 우편물과 소포를 보냈었다. 그럴 때 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후 이를 옮겨적었다.
사람은 누구든 전화번호나 주민번호를 깜빡 잊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가 몇 번인지 꼭 외우고 있어야 되나? 그러면 역으로 묻고 싶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유 변호사는 황 전 총리를 방문해서 만난 적이 있는가. 아니면 전화를 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 불편 사항을 전달한 적이 있었는가. 황 전 총리를 먼저 방문해서 수인번호와 구치소 주소 등을 알려주지 못했는가. 황 전 총리가 이를 몰랐다고 방송을 통해 면박을 줄 것이 아니라, 먼저 알려주면 된다.
이를 알려주었는데 황 전 총리가 몰랐다면 무심함으로 면박을 줄 수 있지만 단 한 번도 이를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느닷없이 수인번호를 모른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는 마치 법무무장관과 총리까지 시켜준 박 전 대통령을 외면하고 있다는 쪽의 논란까지 낳도록 했다.
박 전 대통령을 거의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이 유 변호사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담아서 관련 발언을 했다는 확대해석을 낳을 수 있다.
강한 의문은 유 변호사는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20여 전 이를 폭로했다. 황 전 총리는 친박계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았는데, 자칫 이것이 황 전 총리 당 대표 당선에 불리하지 않았을까.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는 게 좀 더 유리했을 것인데 굳이 이를 밝힐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돌이켜 보면 당시 이로 인해 황 전 총리가 처한 입장이 되게 모순적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비박계에서는 ‘친박’이라고 비판받고, 박 전 대통령한테서는 ‘친박이 아니다’라고 평가를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의도가 뭐냐, 당시 정치공학적으로 어떤 대단한 밑그림에 따른 발언이 아닌, 개인적 섭섭함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주변사람들에게 “저는 최선을 다해서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움 없으시도록 노력을 해왔다. 이런 저런 오해가 많이 생겨나 답답하다”고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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