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과 점심을 했다. 지난 4월 말 만나 뵌 후 3개월 만이다. 이날 오전 비가 억수 같이 쏟아져서 점심 약속을 다음으로 연기하려고 했다. 허 전 사령관은 “괜찮다. 오늘 합시다”고 했다. 오전 11시 그렇게 쏟아지던 폭우가 거짓말 같이 멈추었다.
허 전 사령관 자택 부근 식당에 미리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허 전 사령관이 걸어오고 계셨다. 허 전 사령관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 가곡 ‘선구자’ 가사가 떠올려졌다. 허 전 사령관은 분명 우리 시대 선구자 이셨다.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어떤 이는 침묵의 안전지대로 피신해버리고, 또 어떤 이는 짐을 산 후 피신해버린다. 허 전 사령관은 달랐다. 2016년 12월부터 불법 불의 거짓 선동 탄핵정국으로 인해 나라가 위기로 빠져들자 맨 먼저 거리로 달려나와서 자유 진실 정의를 역설하셨다. 장군 예편 이후 얼마든지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었다. 허 전 사령관은 안락함 대신에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허 전 사령관은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숭고한 희생정신의 선구자 길로 들어서셨다. 오늘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것도 허 전 사령관과 같은 선구자가 선두에 서서 국민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보수 우파의 지지를 받은 윤 정권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것도 불법과 불의에 맞선 허 전 사령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 정권이 들어선 지 2년이 지났고, 박근혜가 석방된 지 3년이 흘렀지만 두 사람 중 그 한 명도 허 전 사령관에게 노고의 감사함을 전하지 않았다. 허 전 사령관은 박근혜를 위해, 윤석열 정권 탄생을 위해 싸웠던 게 아니다. 선구자 노래 가사말처럼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그래서 우리 후손들에게 영광된 조국과 자유통일을 이룩해주기 위한 싸우셨던 선구자였다.
허 전 사령관의 숭고한 애국정신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2019년 7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병마와 싸웠고, 2023년 7월 또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두 번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면 걷는 것도 힘겨웠을 것이다. 허 전 사령관은 일주일 네 번 치료를 받으시면서 뇌경색과 싸우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자유통일” “자유민주주의”, “진실”,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 허 전 사령관을 보니 인간의 삶이 무언가란 철학적 질문이 던져진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름대로 삶의 목표를 갖고 살아간다. 인간은 결국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한평생 군인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참군인 허 전 사령관. 청빈과 검소함으로 타의 모범이셨던 허 전 사령관.
한평생 부귀와 영화를 누리면 산 자에게 ‘조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그 물음에 진지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그 부귀와 영화도 한낱 인간의 욕망덩어리가 낳은 배설물에 불과하다. 오늘 비가 내린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만물을 적신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허 전 사령관 처럼 숭고한 애국의 길로 들어선 모두가 선구자였다. 그들에게 선구자 노래를 바친다.
(1절)
일송정 푸른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곳에 거친꿈이 깊었나
(2절)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소리 들릴때
뜻깊은 용문교에 달빛고이 비친다
이역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곳에 거친꿈이 깊었나
(3절)
용주사 저녁종이 비암산에 울릴때
사나이 굳은마음 길이새겨 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곳에 거친꿈이 깊었나
JBC뉴스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진실과 정의를 지향합니다.
JBC뉴스 주인은 자유대한민국 국민 입니다.
여러분들의 자발적 구독과 후원은 뉴스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