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를 맞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재인 씨 측은 2일 “전직 대통령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러 오는 것”이라면서도 “1월부터 설 연휴(1월 21~24일)까지 쭉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28일 사면 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 논현동 사저도 신년 인사온 친이계와 지지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들과 덕담을 주고 받으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거하는 대구 달성 사저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박 전 대통령이 친박은 물론 박 정부 시절 장관과 참모 출신 인사들의 사저 방문 자체를 거절하고 있고, 지지자들까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1년 넘게 침묵중이었지만 지난해 3월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시장 출마했을 때는 영상까지 찍은 후 공개지지와 후원회장을 자처했다. 또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 예방을 맞았고,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새해 첫날인 1일 문 씨의 평산마을 사저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출신 참모진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예방은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40~50분씩 이어졌다. 김정숙 여사가 직접 끓인 떡국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을 지낸 한병도·윤영찬·윤건영 민주당 의원들은 단체로 문 씨 내외를 예방했다. 예방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갔더니 사람이 바글바글했다”며 “새해 인사를 드리러 와서 현안 이야기를 했겠나. 농담하고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 ‘정치 잘해라’는 이야기를 건넸고 의원들은 ‘건강 잘 돌보십시오’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전했다고 중앙일보가 전했다.
이날 평산마을에 내려간 의원을 포함, 문재인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은 현재 20여명에 달한다. 2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산 사저를 찾아가서 오찬을 했다. 문 씨는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이 대표는 “공감한다”고 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중순엔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의원이 평산마을을 다녀갔다. 문 씨 퇴임 후 국무위원 출신 의원이 단체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당시 예방엔 해외 일정과 지역구 일정을 뺀 6~7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당내 장관 출신 현역은 4선의 김영주·이인영 의원, 3선의 도종환·박범계·이개호·전해철·진선미·한정애 의원, 재선의 권칠승·황희 의원 등 10명이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 사저는 지지자들만 보일 뿐, 정치인들은 아예 찾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예방을 피하기 있기 때문이다. 친박 출신 인사들이 방문 타진을 했지만 만남을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2021년 12월 31일 박 전 대통령은 1737일 옥살이를 한 후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 그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은 내 일처럼 기뻐했고 환영해주었다. 12월 24일 특별사면이 발표된 후 그가 머물렀던 서울 삼성병원 입구에는 500m에 걸쳐서 축하 화환이 놓여 있었다. 국내외 언론도 이를 놀라면서 대서특필했다.
3월 24일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서울병원서 퇴원했다. 이날 병원 입구에는 퇴원하는 박 전 대통령을 축하해주기 위해 황교안 전 총리,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조윤선 전 장관, 민경욱 전 의원, 유기준 전 의원, 김재원 전 정무수석 등이 도열해 서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퇴원 후 박 전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으로 가서 박정희 육영수 부모님 묘소를 참배했다. 거기서도 눈길이 없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대구 달성 사저에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당원 3천여 명과 자유 우파 국민이 몰려왔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입구에 서서 간단한 인사말만 남긴 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저로 돌아온지 15일 뒤, 4월 8일 박근혜 첫 정치적 메시지가 공개됐다.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 부탁이었다. 후원회장도 자처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유튜브에서 “유 예비후보는 지난 5년간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 해줬다”며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인성은 신뢰와 진정성”이라고 밝혔다. 이 영상은 최근 후원금 착복과 사문서 위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세연을 통해 찍었다.
또 20일 뒤,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 만난 사람은 조원진,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인사도 아니었다. 특검시절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였다.(4월 12일 달성사저 독대).
우리공화당은 1일 대구 달성 사저를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님 2023 새해 강건하십시오’라는 대형 현수막을 무대위에 걸고 새해인사를 올렸다. 조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강건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날 조 대표와 당원들의 새해인사는 마이크를 타고 사저안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박 전 대통령은 모습조차 비추지 않았다.
일부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된지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우리를 외면하는 것에 아주 실망스럽다”며 혀를 찼다. 문재인 씨는 퇴임 후 지지세를 이어가지만 박 전 대통령은 석방 후 지지세를 스스로 꺾어버렸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28일)된 이명박 전 대통령 논현동 사저에도 많은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이 몰려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덕담을 나누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 도전을 가시화 하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년인사회에 당권 주자들과 나란히 참석한 데 이어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논현동 사저에서 예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나 부위원장에게 “능력을 믿으니 열심히 해보라”는 취지로 덕담을 건넸다고 나 부위원장은 전했다.
지난 28일 0시를 기해 자유의 몸이 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54분쯤 병원을 나선 뒤 서울 압구정 소망교회를 잠시 들렀다. 이어 오후 1시 56분쯤 논현동 자택 인근 사거리에 도착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차에서 내려 집 앞까지 걷는 약 50m의 길은 “이명박”을 연호하는 300여명의 지지자로 붐볐다.
이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후 취재진 앞에 서서 소회를 밝혔다. 입을 떼기 전 잠시 하늘과 주변 풍경을 둘러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에 많은 분, 특히 젊은 층이 저를 성원해주고 기도해줘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4년 9개월만의 귀갓길엔 과거 '친이계'가 총출동했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임태희·하금렬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두우·최금락·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 류우익(통일부)·맹형규(행정안전부)·윤증현(기획재정부)·김성환(외교통상부) 전 장관, 정병국·이군현·김희정 전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현역 의원 중엔 윤핵관인 권성동·윤한홍 의원을 비롯해 조해진·류성걸·박정하·태영호 의원 등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메시지 발표 후 약 100명의 친이계와 함께 자택 내부로 들어가 환담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온 탓에 일부는 거실 바닥에 앉아 대화했고 일부는 마당에 있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속히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 전 대통령은 “여러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라를 잘되는 길로 이끌어주길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2018년 3월 14일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할 때 논현동 사저 앞에는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과 구속 촉구 시위를 하는 좌파 세력뿐이었다. 정치인들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2017년 3월 21일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할 때는 많은 지지자들이 자택 앞에 집결한 후 검찰출석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 전 대통령 검찰출석 때와는 대조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검찰 조사를 받고 22일 오전에 귀가해 칩거에 들어간 지 8일만에 다시 영장심사를 위해 집을 나섰다. 이날 박 전 대통령 배웅을 위해 친박계 조원진·이완영·최경환 의원이 삼성동을 찾았다.
당시 친박 핵심 조원진 의원은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접수실을 찾아 82명을 대표해 직접 청원서를 제출했다. 조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경제적 이익을 취한 일이 없는데 무리하게 형평성을 기준으로 전직 대통령에게 수의를 입히거나 포승줄을 묶어서 구치소를 오가게 하는 것은 구속의 실효성 또한 없다”며 “특히 특검과 검찰 수사를 통해 수만 페이지의 수사기록이 있고 관련자 대부분이 구속돼 있어 증거조작과 인멸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청와대를 나와서 사저에 사실상 감금돼 있는 상황으로 구속영장 사유인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대한애국당 공동대표 시절 2017년 10월 국회 본관 앞천막을 치고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단식시위를 벌였다. 단식농성은 14일만에 풀었다.
친이계 정치인 중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는커녕, 단식 농성자도 없었지만 신년 이 전 대통령 자택에는 여전히 방문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조 대표는 1일 당원들과 달성 사저를 찾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대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 조 대표는 지난해에만 약 10여 차례 달성 사저를 방문했지만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은 외면중이다.
실제 국정농단과 국론분열, 경제파탄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문재인 씨 양산 자택에도 지지자들의 방문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그동안 ‘대깨문’과 ‘개딸’들은 사이가 벌어졌지만 지난 2일 이재명 대표가 문 씨를 방문함으로써 갈등마저 해소하고 다음 대선에 반드시 정권 창출의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통령의 침묵과 대인접촉이 길어지면서 친박 세력들과 지지자들도 이제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자유우파가 분열되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이세력은 이번에 의기투합해서 윤석열 정권 시즌2를 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유영하 변호사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초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 지지와 후원회장 자처 영상을 찍으면서 “유영하 후보는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 했습니다. 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심지어 저와의 인연을 부정할 때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저의 곁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참아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하였지만 못다한 이러한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영하 후보의 고향인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하여 이루어줄 것으로 저는 믿고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유영하 뿐이었다"는 박 전 대통령 영상에 대해 지지자들은 이제야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 "맞는 말씀이었다"고 말하지만 과연 유 변호사만이 박 전 대통령 곁을 지켜주었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대구 달성 사저에는 여전히 유 변호사만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JBC뉴스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진실과 정의를 지향합니다.
JBC뉴스 주인은 자유대한민국 국민 입니다.
여러분들의 자발적 구독과 후원은 뉴스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