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보수우파들에게 3·1절은 ’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로만 여겼다.
그런 3·1절이 보수우파 항거의 날이 된 것은 사실상 2017년 3·1절부터였다. 지난 2016년 12월 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찬성한 후 그 다음해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했다. 당시 헌재의 탄핵선고일을 앞두고 보수우파들은 3·1절 태극기를 들고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로 봇물터지듯 몰려나와서 “탄핵무효‘를 외쳤다.
헌재는 결국 10일 박 대통령에게 파면 선고를 했지만 당시 3·1절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태극기만 들고 탄핵무효를 외친 것은 대한민국 태극기 항쟁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 후부터 3·1절 행사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전형적인 행사로 탈바꿈했다. 지난 1일에도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 각각 보수 우파 단체들은 3·1절 행사를 통해 반대한민국 세력 척결과 문재인·이재명 구속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태극기 집회를 주도해온 우리공화당도 이날 집회에서 "민노총 주사파 척결, 문재인 이재명 구속,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회복"을 강조했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윤석열 정권 첫 3·1절 집회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우리공화당이 주최한 집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집회에 처음 참석하는 분들도 제법 많았다.
이날 집회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서울역서 열린 1부 우리공화당 집회 연단에 정작 올라와서 사자 후를 토해낼 것으로 예상됐던 조원진 대표 연설이 생략됐었다. 다음 연사 후 조 대표가 올라올지 무한정 기다렸지만 이날 목사 연설을 끝으로 1부 집회가 끝나고 곧바로 행진으로 이어졌다.
조 대표 연설은 자타가 공인한다. 정치권에서 조 대표는 타고난 연설꾼이다. 말솜씨도 으뜸이지만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그 한마디, 한 마디가 뼈속을 파고든다. 보수우파들에게 조 대표 연설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청량제'였다면, 문재인 주사파세력들에게는 '간담'을 싸늘하게 해왔다. 국민의힘은 조 대표 연설에 '오금'을 저릴 정도였다.
그동안 집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조 대표 연설만 들으면 10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린다” ,“아무리 피곤해도 연설만 들으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했다. 해외교포들도 조 대표 연설을 기대했다고 한다.
조 대표 연설은 행진 후 종로 5가 광장시장에서 열린 2부 행사 끄트머리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1부 집회서 못들은 게 끝내 아쉽다"고 토로했다. 2부 집회가 끝날 시간대면 지방서 올라온 참가자들은 대부분 돌아갔거나 돌아갈 채비 중이고, 피로가 겹쳐서 집중도마저 떨어진다.
지방서 올라온 한 집회 참가자는 “조 대표 연설을 현장서 직접 듣지 못하고 내려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며 입을 다셨다.
이날 우리공화당 집회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둘째 딸 박근령씨가 무대로 올라와서 마이크를 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이기도 한 박 씨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지를 선언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었다. 이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 반민족 매국자”라고 비난했다. 박 씨가 그런 이 후보를 지지하자 당시 보수 우파들은 “정신나갔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 후 박씨가 이런 저런 행사 무대에 섰지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우리공화당이 박 씨를 무대에 세운 것은 미우나 고우나 박 전 대통령 딸, 여동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연단에 선 박 씨가 어떤 말을 내뱉을지 많은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박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3.1절 역사적 의의와 평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사견이지만 이날 박 씨가 “우리공화당이 아버지(박정희)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오고, 언니(박근혜)탄핵무효와 무죄석방, 또 지금은 언니의 명예회복을 위해 애써주신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한다”라는 말을 했다면 박 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듯, 박 전 대통령이 자유의 몸이 된 지 1년 3개월이 흘러도 자신을 위해 저항해온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가 없었다. 이날 박 씨라도 언니를 대신해서 진정한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면 집회 추위마저 녹인 포근한 집회가 됐을 것이다. 못내 유감이다.
박 씨는 오는 10일 헌재의 탄핵선고일에도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박 씨가 3·1절에서 행한 18분 간의 강의연설 처럼, 만에 하나 이날도 연단에 선다면 많은 사람들은 ‘탄핵의 역사적 평가와 사실’ 등에 관한 내용은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탄핵 지식은 박사급 수준이다.
대신 박 씨가 그날 현장에서 즉사한 5명의 진상규명에 앞장섰으면 한다. 박 씨가 여러 직책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명예직이다. 박씨가 ‘5명 사망 범국민 진상규명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주길 바란다. 5명 진상규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잡고, 진실과 정의가 마침내 승리한다는 것은 가장 지극한 평범한 진리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조해온 자유대한민국 법칙이기도 하다.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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