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박 정권 첫 법무부장관에 발탁된 황 전 총리는 그 후 국무총리로 수직 상승했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대통령권한대행까지 역임했다. 최근 박 전 대통령 회고록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탄핵정국 시절 격렬한 정국의 흐름 속에서 황 전 총리에게도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탄핵정국 시절, 황 전 총리 역할과 국정수행 등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문과 의혹이 따라다닌다. 황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이 멀어지게 된 것은 이런 오해와 억측 때문이라는 것이다. 본지는 황 전 총리를 둘러싼 오해와 사실을 9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1.박근혜 의자 책상 반입 요청 없었다
2.“503 수인번호도 몰랐다”
3.박근혜 구속 최종 사인 안했다
4.박근혜 구속을 황교안으로 몰고간 문재인 정권
5.특검 연장 불허했다
6.청와대 압수수색 끝까지 거부했다
7.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에 정치권이 막았다
8.임종석 임수경 구속시킨 주사파 저승사자
9.끝맺으며
“최순실 사건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발전한 것은 촛불데모나 언론의 선동을 빙자하여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사건의 공범으로 발표하여 탄핵절차를 가동시켰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변론을 했었던 김평우 변호사(미국 거주)가 2019년 각종 언론과 유튜브를 통해 밝혔던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미국 등 외국의 경우, 대통령 탄핵은 국회가 대통령의 탄핵사유, 즉 위법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특별 결의로써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그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보고서로 시작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는 국회의 특검이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의 최순실에 대한 기소장으로 시작되었다. 국회의 특검이 아닌 일반 검찰은 행정부 소속인데 이 검찰이 자기가 소속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사유를 국회에 통지한다는 것은 3권 분립의 헌법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정치적, 인격적으로 죽인 탄핵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서울중앙지검의 2016년 11월 20일 수사결과 발표이다. 그런데 한국의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이름 아래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철저한 피라미드 조직체이다. 따라서 이영렬 검사장이 당시 검찰총장 김수남과 법무장관 김현웅의 지시를 받아 서로 협의하고 처리하였을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는 김 변호사의 주장이 그럴 듯 하게 공감과 해석이 되었다.
김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19년 5월 27일 가세연 유튜브 채널에 출연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탄핵의 주범”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동일체’에서 이를 연관시켜 언급했다.
검사는 검찰권의 행사에 관하여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여 피라미드형의 계층적 조직체를 형성하여 상하복종관계로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통일체로서 활동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철저한 피라미드조직이므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결과 발표는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이 결정할 수 없고 황교안 총리의 동의없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황교안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도 하지 않았는데 이는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것에 비교할 수 있는 배신행위이다”고 비난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박 전 대통령 최종 수사 최종 결정권자가 황 총리였을까.
이에 대해 차기환 변호사는 “대한변협회장을 역임한 김평우 변호사가 현 시국에서 이런 주관적 억측에 기한 주장을 한 것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김 변호사의 논리는 법률가로서 근거가 박약하다. ‘주범’이란 용어를 쓰려면 그 당사자가 범죄의 모의, 지시, 실행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그 결과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였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가담하거나 또는 적극적으로 제지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정도로는 주범이란 용어를 쓸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김평우 변호사 주장은 그 자체로,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불과 몇 개월 해 먹기 위하여 박 대통령의 탄핵에 찬동하였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황교안 총리는 법무장관 재직시 통진당의 위헌정당해산결정을 이끌어 낸 정통 우익 인사이다. 그런 그가 불과 몇 개월의 대통령 권한 대행에 눈이 멀어 자신을 총리로 임명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음모를 꾸몄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몰상식한 주장이다. 김평우 변호사가 그런 입장이었다면 대통령의 탄핵을 바랐을 것인가? 김평우 변호사 스스로 하지 않았을 파렴치한 행동을 황교안 총리는 했을 것이라는 결론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평우 변호사의 주장은 법리적으로도 근거가 없다고 했다. “탄핵은 국회의원 재적 2/3의 찬성에 의한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절차다. 황 총리가 당시 국회의 여당, 야당, 헌법재판소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11월 2일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차기 총리로 지명하였고 김병준 지명자가 13일 후 낙마할 때까지 황 총리는 사실상 퇴임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상황에서 여당 일부, 야당, 헌재와 음모를 꾸몄다고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고 황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이 수사를 했을 때인 2016년 11월 쯤 황 총리는 사실상 퇴임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다시 말해 대통령과 청와대는 무장해제되었고 황 총리는 이미 교체가 예정된 상황이다. 검찰의 생리상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총리가 검찰을 지휘할 수는 없다. 김평우 변호사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이유로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이 수사에 관여할 수 있었던 것인 양 주장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현행법상 법무부장관은 특정 사건에 대하여 검사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고 검찰총장을 통하여만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검찰청법 제8조), 검찰총장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상 수사 검사를 지휘, 감독할 수 있고 그 업무를 교체시킬 수도 있다.(동법 제7조의 2).
김수남 검찰총장은 2016년 10월 27일 특별수사본부를 발족시키면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중간보고를 하지 말 것을 지시하여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칼자루를 쥔 상황이 벌어졌다.
검찰총장이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기하여 수사지휘권 행사를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검찰총장도, 법무부장관도 수사를 지휘할 법적인 근거가 없어졌다는 것이 차 변호사의 주장이다.
더욱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일선 수사팀을 완전히 장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끊임없는 촛불 시위, Jtbc를 비롯한 언론 매체들의 무자비한 선정적 보도와 허위사실 유포, 야당의 하야 공세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 검사들에게 섣불리 외압이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총리의 승인하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과 공범으로 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김평우 변호사의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김평우 변호사의 악의적인 추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황교안 총리가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위와 같은 수사결과 발표를 승인하여 놓고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않는 배신적 패륜행위를 저질렀다는 김평우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상 인신공격이다. 이런 주장은 금도를 넘어선 악의적인 주장이고 정치적 공세라는 것이다.
황 전 총리도 김 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국가 존폐의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할 수 있겠는가” 반문했다. “소설도 이런 소설이 없다”고 혀를 찼다.
이는 황 전 총리에게 탄핵과 구속의 책임 전가를 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것은 황교안 탄핵주범론으로 먹혀들어갔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탄핵주범’을 검색하면 김무성·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황 전 총리 이름도 빠지지 않는다.
이는 유 변호사의 책상 의자 반입 불가 저격, 박 전 대통령 수인번호도 모른다는 주장과 함께 맞물리면서 황 전 총리는 졸지에 탄핵주범 중 한 사람으로 몰렸다. 이것은 탄핵주범들이 진짜 탄핵주범을 숨기기 위해 정치적으로 나름 깨끗한 황 전 총리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황 전 총리는 지금까지 “탄핵은 잘못된 것이다”는 주장을 펼쳐 좌파는 물론 탄핵에 가담한 국민의힘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한편, 지난 2021년 8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 했다”라고 한 발언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많다”라며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다. 그런 일이 있지 않았다”라고 단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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