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독일 브레멘 거주 양봉자(79) 씨 문자가 왔다. “정 샘 저 지금 인천공항입니다. 비행기 탑승할 시간인데 문자드렸습니다. 안녕히계십시오” 양 씨는 독일교민 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브레멘 교민회장이다. 지난 10월 초 한국을 찾은 양 회장은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양 회장은 이런 문자도 남겼다. “아들과는 아직도 냉냉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양 회장이 독일로 출국하기 전 지난 24일 서울 종로 인사동서 만났다. 한국에서 한 달 동안 있으면서 보고 느낀 솔직한 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과 구속당한 후 독일서 무지막지하게 싸웠다. 또 작금의 한국 정치에 대해서도 아주 비판했었다. 그의 두 눈에 비친 고국 상황이 궁금했던 이유다.
이날 양 회장은 뜻밖에 아들 얘기를 끄집어냈다.
“아들이 뭐 문제가 있습니까?”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박근혜 생각하면 분통이 터집니다.”
양 회장은 아들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박근혜로 화살을 돌렸다.
“박근혜가 탄핵당한 후 제가 숱하게 한국을 왔고, 독일에서도 박근혜 탄핵과 구속 부당성에 대해 얘기를 해왔는데, 아니 글쎄 아들이 저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나무라지 않습니까. ‘엄마는 독일 국적인데 왜 허구헌날 박근혜 때문에 안타까워하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양회장은 아들의 그 말에 심한 야단을 쳤고, 섭섭해했다. 박근혜 문제로 인해 아들과는 더 사이가 멀어졌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직장생활했던 아들이 2019년 가을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식은 스웨덴에서 했다. 양 회장은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들이 여전히 박근혜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양 회장은 박근혜로 인한 아들과의 갈등으로 결혼식에도 불참한 것이다.
지난 60년대 말 간호사로 독일에 간 양 회장은 은행원이었던 독일인 남편과 결혼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딸은 영국 런던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만 해도 아들과 별 문제없이 잘 지냈었다. 박근혜 탄핵에 따른 생각 차이가 엄마와 자식 관계마저 멀어지게했다.
“정샘, 결국 아들 말이 맞았네요. 박근혜가 지금 하는 짓 보십시오. 아들이 ‘박근혜는 국민을 배신할 것이다’ 말했는데 그게 딱 맞았습니다.”
아들은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어를 잘 구사한다. 한국에 파견 잠시 서울에서 근무했다. 한국 정치 상황도 나름 잘 파악하고 있다.
“박근혜가 석방되어 나온 후 자신을 위해 싸워준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국민의 손을 잡아주었다면 제가 되레 아들에게 ‘너 말이 틀렸고, 엄마 말이 맞았지’”라며 “큰소리쳤을텐데 박근혜만 생각하면 너무 분하고 괘씸합니다.”
지난 2017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양 회장은 홀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찾아 애간장을 태우며 울었다. 박정희 대통령께 죄를 짓는 것 같았다고 했다.
“60년대 우리나라가 못살고 힘들었 때 독일로 간 간호사와 광부들은 정말 열심해 일했습니다. 64년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나라가 못살아서 여러분들이 이역만리 이 곳에서 고생을 한다’며 다같이 울었습니다.”
독일이 라인강을 기적을 일으켰다면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 ‘국민총화’에서 이루어냈다. 양 회장은 “해외로 간 국민, 한국에 있는 국민, 개개인 모두가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을 이루어낸 주인공들이다”며 “무능한 정치인들이 그런 자랑스런 대한민국 역사와 정통성을 짓밟는 것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양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1/10 이라도 따라했다면 국민이 그렇게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며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얼굴에 가래침 뱉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박근혜 ‘박’자도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혀를 찼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양 회장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경남 김해서 열린 전국체전에 독일도 참여했다. 그는 전국체전에 참여한 독일팀 부단장을 맡았다. 전국체전이 끝난 뒤에는 고향친구도 만났고, 또 한국의 여러 단체를 방문 독일과의 유대 관계도 협의했다.
양 회장은 한국사람을 만날 때 마다 “어떻게 한국인들은 썩어빠진 좌파정치인과 기회주의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지 모르겠다”며 일침을 날렸다. 지금 좌파정치인과 좌파 단체 등 세력, 국민의힘 위장 기회주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것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저는요, 윤석열도 꼴보기 싫어요. 그런데 더 꼴보기 싫은 것은 윤석열을 탄핵시키겠다고 떠드는 좌파들과 모른 척 하는 기회주의 보수들입니다.”
양 회장은 “한국에 와서 한달 내내 본 뉴스가 ‘윤석열 탄핵’과 ‘김건희 여사’ 건이다”며 “정말 그런 선동뉴스에 구역질이 나서 미칠지경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 회장은 국민을 속이거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정치인들은 아예 상종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의 많은 정치인이 독일에 오지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정치인은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독일에 왔을 때 교민회장 자격으로 초대받아 갔지만 악수도 거절했다.
“독일에도 좌파 정치인이 있지만 독일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데 한국 좌파들은 나라와 체제도 부정하고 그러면 이북가서 살면되지 왜 한국에서 사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양 회장은 내년 10월에도 한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한국에 다시 와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 고국에 올 때는 기쁘고 설레는데 막상 한국에 오면 열불 터지는 일 뿐이다”며 “만약 내년에 한국에 올 때는 혈압 약을 단디 챙겨와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양 회장은 이번 독일로 가면 그동안 아들에게 쌓인 서운함 감정을 풀고자 했다. “박근혜가 잘했으면 아들에게 큰소리 쳤을텐데…”못내 아쉽지만 아들 내외 등을 두드려주고 싶어했다.
“자랑스런 내 나라 친정의 나라 만들어 주십시오.”양 회장은 미련과 아쉬움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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