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초장(初場)에서 뜬금없는 건국사관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낯 뜨거운 어처구니없는 국치(國恥)가 아닐 수 없다. 눈부신 산업화와 민주화를 제대로 구색 맞춘 나라가 아닌가.
‘한강의 기적’으로 압축 정리된 70년 현대사를 스스로 능멸하는 고얀 괴설(怪說)이 튕겨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문재인 집권세력의 한 축(軸)인 유력한 대선 후보가 떡하니 버티고 있기에 그 파장이 만만찮은 것은 정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지난 1일 여권후보 중에서 제일 먼저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향리(경북안동)를 찾은 자리에서 내뱉은 문제의 발언 줄거리는 이렇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수립 단계와는 달리 친일(親日) 세력들이 미(美)점령군과 합작해서 다시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 지사는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토를 달기도 했다. 토설(吐說)의 전후사정을 엮어보면 그의 발언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계산된 작심발언이었다. 하필이면 출마선언이란 기념비적인 날에 맞춰 회오리바람을 몰고올 것이 뻔한 민감한 화두를 쏴올렸다.
이에 앞서 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해방 후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고 주장한 김원웅광복회장의 망언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굳이 맥락을 같이 하는 말을 쏟아낸 소위는 무엇일까?
이재명은 문재인 권력의 무릎에 걸치고 앉은 586 ‘대깨문’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비주류에 속한다. 친문(親文) 대선주자들을 크게 따돌리고 있는 이재명은 자신의 이념색깔을 보다 선명화함으로써 문재인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속셈을 깔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굳히고 있는 이재명을 마냥 멀리 할 수 없는 문재인의 복잡한 심사가 언제 어떻게 주름잡힐지가 요긴한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은 민주당내에 무시할 수 없는 우군지형(友軍地形)을 구축하고 있다.
‘세력이 빨래줄’이라는 정치판의 상정(常情)을 꿰찬 눈치 빠른 암거래(暗去來)가 부지런한 시점이 아니던가. 이재명에 눈웃음을 보내는 꾼들이 늘고 있는 낌새다.
대선 시계바늘이 빠를수록 문재인의 레임덕 속도도 정비례하는 법. 청와대가 입을 봉하고 침묵모드를 지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쨌든 편향된 역사 왜곡을 일삼는 광복회장과 ‘어깨동무’한 모양새인 이재명의 삐뚤어진 건국사관은 결단코 좌시할 수 없다.
친일 세력 합작 운운은 터무니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상해임시정부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박사를 수반으로 한 대한민국정부는 항일독립운동에 헌신한 임시정부 요인으로 행정, 입법, 사법부를 구성함에 있어 한 점 의혹도 없이 투명하게 꽉 채워졌음은 천하 공지의 사실이다.
청와대가 북한이 줄곧 내세워온 대한민국 정통성시비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친일(親日) 합작공세에 맞서 반응을 자제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학습하는 국정 사회교과서에서 “1948년 UN이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다”는 대목을 통째로 삭제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날 ‘촛불’은 운동권 권력의 대명사다. 문재인 치세(治世) 4년에 덕지덕지 때묻은 깃발. 그 촛불과의 ‘결별’을 선언할 심판의 날이 잰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곁가지는 달라도 본바탕은 초록동색(草綠同色)이거늘 헷갈려서는 안된다.
그들과의 ‘결별’은 목말랐던 진정한 ‘자유’를 수복하는 날이다.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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